어렴풋한 기억에 – Nina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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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로 떠오르는 어렴풋한 기억들

Nina Ahn은 쉽게 사라져버리는 순간의 감정들을 사진으로 기록해 낸다. 허공을 바라보는 텅 빈 시선,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 – 눈에 띌 것 없는 평범한 일상 속 풍경이 그녀의 사진 속에서는 곧 사라져버릴 듯한 미묘한 감정과 함께 우리들을 잊혀졌던 추억 속으로 다시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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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까이에 드 서울: 어떻게 사진을 찍기 시작하게 되셨나요?

니나안 : 2005년에 서울로 올라와 첫 직장을 잡았는데 막 싸이월드 붐이 일기 시작하던 때였어요. 우연히 제법 인기있는 사진 커뮤니티를 발견했고 거기서 필름으로 찍은 아날로그 사진들을 보고 반했어요. 그 때 필름카메라를 사기 위해 처음으로 저축이라는 걸 했거든요. 첫 카메라로 EOS5를 사서 눈팅만 하던 커뮤니티의 오프라인 모임에 나갔다가 그 모임에서 말이 잘 통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사진보다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던 그 모임 자체를 더 사랑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곳에서 가장 사진을 잘 찍었던 남자와 사귀게 됐어요. 회사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매일 매일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스트릿 다큐사진을 찍는 남자였는데, 그가 찍은 사진에서 뻗치는 아우라도 대단했지만 끈기가 없는 저에게 다른 방면으로 엄청난 자극을 줬어요. 그만큼 잘 찍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사진을 찍어왔지만, 아이러니하게 그가 찍는 사진과 제가 찍는 사진은 판이하게 달라요.

찍기 좋아하는 특별한 순간이나 사물이 있나요?

거울을 특히 좋아해요. 그리고 생각에 잠긴 사람들을 찍는 걸 좋아해요. 최근에 누군가 넌지시 알려주어 알게된 사실은, 유난히 손 사진이 많다는 것. 손의 제스처를 좋아하는 것도 맞아요. 누군가 무의적으로 드러내는 습관들, 그것을 손을 통해 포착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요.

사진을 찍을 때 혹은 사진 작가로써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요?

독창성과 감정의 흐름.

한 장 한 장이 시각적으로 굉장히 위트 있고 아름다워 큰 임팩트를 주는 사진이 있는 반면, 집합적으로 쭈욱 펼쳐놓고 보았을 때 사진 전체를 관통하는 내밀한 ‘감정의 흐름’이 보이는 사진들을 종종 보게 되거든요. 여백의 사진을 세련되게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일순간 생성되었다가 바로 죽어버리는 (그래서 이해를 구하기 힘든) 감정을 잘 읽어내죠. 그런 사진가는 ‘모닥불 앞의 이야기꾼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첫 번째 사진에서는 그들만의 독창적인 세계에 반하고, 두 번째에서는 마음을 주무르고 요리하는 그 세련된 제스처에 감탄하죠. 이 둘이 하나가 된 사진을 만나면 존경심이 들어요. 당장 그 사진가를 알고 싶어지죠. 하지만 이 둘이 만날 때 최종적으로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은 제가 사진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하나예요. 독창성.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을 혐오하거든요. 아무리 아름다워도 트렌드에 휩쓸린 사진, 포트레이트에서는 인물 자체의 미에 기대어 표정이 없는(상징적으로) 사진들을 싫어해요. 그 이유는 사진가 자신의 능력보다는 외부 환경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죠. 그런 이유에서 기존의 패션사진에는 아무래도 마음이 안가요. 모든 것이 분협에 의해 셋팅되어 도무지 감정이 들어갈 틈이 없어요. ‘나’에게 어떤 이유로든 말을 거는 사진을 좋아하고, 분명하게 해 줄 이야기가 없음에도 그런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는 능력을 높이 사요. 분명 사진이라는 매개체로 보았을 땐 굉장히 낯설음에도 감상자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았을 때 잃어버린 기억을 찾은 것 처럼 오히려 친근하기까지한 이미지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현상을 자신의 시각으로 조각해 낼 줄 아는 예민함이 필수라고 생각해요. 모든 것이 ‘나’로부터 나왔으면 좋겠어요.

내 인생의 결정적인 전환기가 있다면요?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난 것.

영향을 받은 사진작가가 있는지, 음악, 영화, 소설 같이 다른 분야에서도 영감을 얻기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마음에 드는 사진작가는 꽤 있지만, 영향을 준 작가는 없어요. 지금 즐겁게 보는 사진들은 폴란드 태생의 프리랜서 사진가인 Lukasz Wierzbowski의 작업들이에요. 음악, 영화, 소설 모두 제가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즐기는 분야죠. John Mayer와 Arcade fire를 좋아하지만, 사진에 대한 영감은 Sigur ros나 Amiina 의 음악에서 많이 얻죠. 영화는 가리지 않고 거의 대부분을 섭렵하고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영감의 차원에서 보면- 고다르만한 감독도 없다고 봐요. 그의 영화 속에는 탐나는 이미지가 너무 많아서 샘이 나 죽겠어요. ‘저걸 잘도 벌써 다 해버렸구나’ 싶죠.

좋아하는 잡지가 있다면요?

없어요. 하하. 잡지를 잘 보지 않아요. 한번은 너무 무식한 것 같아서 서점에 나온 잡지를 한동안 정독한 적이 있어요. 결론은? 잡지는 제 취향이 아니라는 것. 기존의 메이저 잡지들이 고만고만한 결과물을 안정적으로 내주는 – 위험 부담 없는 – 사진가와 작업해서 실어내는 사진들에 질렸어요. 영감 0.0%죠. 가끔씩 ‘신인작가와 협업이다’라고 내놓는 사진들은 ‘기존 작가들과 돈 문제가 맞지 않아서 타협한건가’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아요. 때로는 인맥을 의심하기도 해요. 한국의 잡지 대부분은 인쇄 품질이 상당히 좋고, 자잘한 재미가 많지만 제가 선호하는 부분은 아니에요. 어떤 영감과 예술에 대한 색다른 즐거움 때문에 특별히 찾아보는 잡지는 없다고 말 할 수 있겠네요. 정보의 양과 질적 측면에서 보면, 남성잡지 GQ를 좋아해요. 하지만 이것도 좋았다 싫었다 반복하는 걸 보면 패션잡지에 대한 피로도가 상당히 큰 편이죠. 목적이 뚜렷한 인디펜던트 잡지들은 좋아해요. Plant journal, Wilder Quarterly 정도. 정말 아름다운 식물 사진들을 볼 수 있죠. 언젠가 함께 작업해보고 싶어요.

서울에서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예전에는 마음이 안 좋을 때마다 서강대교 끝에서 끝까지 걸으면 그게 그렇게 좋았어요. 여의도 63빌딩 아래 녹색 철교 아래도 참 좋아했죠. 해 질 무렵 거위 떼들이 강변 모래바닥을 걷고 있는 걸 보면 서울 아닌 곳에 있는 느낌이라서 좋았어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던 한강 구석구석이 이제는 다 콘크리트로 메워졌죠. 지금은 좋아하는 곳이 생각나지 않아요.

현재 진행/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요?

그건 비밀이에요. 이런 걸 말하면 사람들이 진행상황을 묻죠. 저보다 더 제 작업의 결과에 대해 궁금해 해요.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는 없어도 비밀, 있어도 비밀이에요. 단, 누군가 저와 원예, 식물과 관련된 작업을 하고 싶어한다면 언제든 하고 싶어요.

까이에 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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