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선, 해녀

김형선 작가는 해녀의 육중한 삶을 사진을 통해 섬세하게 기록해 나간다. 흰색 스크린 앞 해녀의 모습은 무색의 바탕과는 전연 다르다. 사진 속 여인들은 충혈된 눈, 막 바다에서 나온 듯 물기를 머금은 몸, 지친듯한 표정이 역력한데, ‘해녀’라는 직업을 가진 그녀들의 삶의 단면을 갑작스럽게 들여다보는 기분이다.

처음 해녀들의 생생한 표정에 먼저 눈길이 갔다면 그다음 눈에 들어오는 건 그녀들이 착용한 도구들이다. 몸의 일부처럼 자연스러운 고무 잠수복, 오리발과 수경, 부표와 어망은 짠 바닷물로 인해 오랜 시간 함께 훼손됐을 그녀들의 육체를 조금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게 해준다. 오랜 물질을 통해 해녀의 머릿속에는 저마다 바다 지도가 있어서 암초와 해산물 서식처를 기록해 나간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살아 돌아오는 해녀들의 수면 위로 떠오를 때 내는 짧은 ‘숨비’는 아직 숨이 붙어있다는 안도의 신호다. 그와는 반대되는 말 ‘물 숨’은 결국에는 참지 못해 물속에서 쉬는 숨, 해녀들 사이에서는 ‘죽음’을 얘기하는 슬픈 금기어다.

지금이야 관광지로써 많은 이들의 발길을 모으는 제주도지만 그 전에는 오랫동안 어업으로 생업을 이어나갔다. 19세기부터 해녀라는 직업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남성과는 달리 자연적으로 지방이 많은 여성이 차가운 바다에서 물질하기에 용이했다. 해녀들은 하루 평균 6시간 동안 긴 숨을 참고 수차례 바다 깊이 내려가 전복과 성게 조개 등을 채취해 다시 수면 위로 오가는 일을 반복하는데, 10m 잠수 할 때에는 하루 28번 정도를 왕복하게 되는데 건물 4층 높이 정도의 깊이다. 제주도에는 대략 5000명의 해녀가 활동하고 있고 그 중 85프로가 60세 이상으로 집계됐다.

Interview

해녀 시리즈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알고 싶습니다.
인물사진만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표현 방법 중 카메라를 이용한 사진이 본인에게 가장 적합했습니다. 6년 전 제주 여행 중에 해녀를 만나면서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해녀의 모습은 그때 많이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알던 해녀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왔을 때의 감동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어려움이 있었나요. 
작업 결과물에 관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거주하는 서울과 제주의 거리가 멀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1년여간 제주에 베이스캠프를 확보하여 작업했는데, 많은 관광객의 노출로 인해 생긴 거리감을 극복하는 일, 급변하는 날씨와 한 달에 10-15일 남짓 물질 시간을 맞추는 일과 물질 이후 탈진 상태의 해녀분들을 추위와 바람이 심한 제주 바닷가에서 흰색 천 앞에 모시는 일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해녀 사진 대부분이 겨울에 촬영되었습니다.

기계적인 호흡 장치 없이 나잠어법으로 하루에도 수백 번 저승과 이승의 수평선을 오르내리며 높은 수압으로 인해 생긴 몸의 변화, 난청, 고통을 진통제에 의존하며 긴 숨비소리로 실낱같은 경계를 확인하는 직업이 해녀입니다. 오랜 시간 물질 이후 뭍으로 올라온 여인이 물을 뚝뚝 흘리며 세상을 향해 당당히 응시하는 모습은 지구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놀라운 모습이기에 평생을 해녀라는 직업으로 살아온 연로하지만 강인한 여성의 실체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작업을 보면 물에서 막 나온 해녀들이 스튜디오처럼 흰 배경 앞에 서서 촬영된 것이 인상적입니다. 
배경을 배제한 데에 어떤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물질을 끝내고 뭍 위로 올라온 해녀의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해녀만 보였던 그 감동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인물을 더 부각시키고 집중시키기 위한 작업으로 배경을 배제하고 단순화하여 하얀색 천을 사용했습니다. 해녀의 행위에 대한 촬영 아닌 행위의 주체인 해녀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극한 상태에서 힘을 전부 내려 놓은 해녀 모습이 가장 솔직하고 정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진행하고 싶은 작업이나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이 있나요?
해녀는 지금도 계속 촬영하고 있습니다.
사람에 관한 작업을 계속해 왔으며 진행되는 작업도 사람에 관한 사진에 관심을 가지고 촬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은 어떤 도시라고 생각하세요?
서울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입니다. 현재는 급변하는 환경과 성장의 도시이며 과거가 빠르게 잊혀지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고도성장과 함께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면 서울의 오랜 모습이 남아있는 지역과 장소입니다. 기와집이 조금 남아있는 안국동 지역과 삶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오래된 서울의 뒷골목을 좋아합니다.

 

You may also like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