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어떻게 사진을 시작하게 됐나요?
원래는 영화를 전공했어요. 런던에 있는 필름 스쿨을 다녔는데 거기가 35mm 필름으로 졸업 작품을 찍을 수 있는 유일한 학교였거든요. 예전에는 영화를 촬영할 때 필름을 장착해서 찍었지만 요새는 대부분 디지털 방식으로 촬영돼요. 제가 학교에 다니던 때가 딱 그 변화의 시기였던 거죠. 당시에는 필름으로 장편 영화를 꼭 찍어보고 싶었는데, 막상 학교에 다니면서 ‘나는 영화와는 맞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를 그만두게 됐어요. 그러던 찰나에 영국에 있는 VICE 메거진에서 화보 촬영을 해보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게 된 거죠. 당시에 사진은 취미로만 하고 있었어요.
02. VICE 실린 사진이 영화 속 스틸컷처럼 느껴졌어요.
사진을 찍을 때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나요?
아니요. 사진을 찍을 때 영화를 촬영할 때처럼 스토리를 구상하거나 하지는 않아요. 영향을 받은 점이 있다면 처음 2년, 3년간은 세로 사진을 거의 못 찍었어요. 영화의 가로 화면에 너무 익숙해서 세로로 찍는 게 너무 어색한 거예요. 그래서 초창기에 찍은 사진은 다 가로 사진이에요.
03. 영화를 그만두고 사진을 시작한 건 둘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어서가 아니었을까요?
이미지에 많은 매력을 느끼고 있었어요. 음악도 상당히 좋아해요. 영화에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좋아해서 공부하게 된 건데, 영화 한 편을 만들어 내는 과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제가 몇십 명의 사람들을 리드해야 하는데 그걸 정말 못하겠더라고요. 그런데 제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쉽게 재현할 수 있었던 방법이 사진이었던 것 같아요.
04. 아버지가 사진을 좋아하셨다고 들었어요.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았나요?
영향을 받았죠. 아버지가 편집 디자이너셨어요. 사진 찍는 걸 좋아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저를 피사체로 자주 찍으셨거든요. 그래서 카메라를 들여다보는 거나 그 앞에 서는 것이 굉장히 익숙했어요. 아무래도 그런 부분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05. 작업에 Casual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해요.
2013년에 갤러리 팩토리에서 개인 전시를 준비하면서 처음에는 제목을 Sonata 몇 악장, 몇 악장 그런 식으로 쭉 가고 싶었어요저는 주제를 정하고 작업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시간이 흐르면서 쌓여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캐주얼’하고 ‘일상적인’이라는 의미가 담긴 단어를 쓰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