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만 있으라고, 호호당

‘좋은 일만 있으라고 호호당(好好堂)’은 요리를 하고 보자기 포장을 연구하는 양정은씨가 운영하는 우리의 멋과 맛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이름만 들어도 명랑한 웃음으로 가득 찰 것 같은 이곳은 보:媬 포:布 품:品 의:依 네 가지 주제로 호호당의 색이 담긴 생활용품과 함께,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한국의 전통 선물요리도 배울 수 있다.

보자기로 곱게 싸인 선물은 받는 이에게 천의 아름다운 색과 매듭으로 먼저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고, 그 매듭을 손끝으로 풀면서 느끼는 촉각적인 즐거움, 마지막으로 천 안에 숨겨져 있던 선물을 감상하듯 천천히 발견해가는 즐거움을 준다. 그렇게 선물 하나를 푸는데 걸린 우회된 시간은 그 선물을 준비하는데 들였을 시간에 비례해 주는 이의 마음도 함께 전해지는데, 보자기 색과 매듭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멋이 담긴 좋은 선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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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당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합니다. 좋은 일만 있으라고 ‘호호당’이라는 부제도 재밌습니다.
‘좋은 일만 있으라고, 호호당’이라는 이름은 어머니께서 저희 신혼집에 지어주신 이름이었어요. 결혼 전 운영하던 ‘맑은 물 길어 밥 짓는 곳, 정미소’ 역시 어머니께서 지어주신 이름이구요. 호호당은 한국 요리 수업을 진행하는 요리 스튜디오인 동시에 보자기를 제작하고 포장법을 제안하는 공간입니다. 포장을 함께 제안하다 보니 한국 요리 중에서도 선물요리가 주를 이루고, 그러다 보니 모든 요리와 보를 이용한 포장은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머니께서 선물해주신 이름으로 많은 이들에게 좋은 기운을 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행복합니다.

한식집 ‘정미소’를 운영하셨고 요리도 하고 계신데,
음식을 운반할 때 사용되는 보자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재밌습니다. 

한국요리,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한국의 전통 식생활 문화에 대해 공부를 했습니다. 한국요리는 상대를 위하는 요리가 참 많아요. 국 한 그릇, 찜 한가지에도 색색의 고명이 올라가고, 선물을 위한 요리들 즉 이바지 음식, 폐백음식 등도 가지각색 이고요. 그러한 선물요리는 꼭 보자기로 포장하여 마무리되는데 그러다 보니 보자기를 참 많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결혼할 때 사용한 보자기는 저희 외할머니께서 어머니의 이바지 음식을 위해 손바느질로 만드신 본견 보자기였어요. 그 보자기를 곱게 감싸 보관하고 계시다가 저에게 물려주셨거든요. 저에게 보자기라는 건 그런 의미였던 것 같아요. 귀한 것을 감싸, 선물하고 그걸 대를 물려 사용하는 것이요. 일을 시작하고 나서 보자기를 자주 사용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마음에 드는 보자기를 수소문해서 찾아다녔는데 생각보다 보자기 구하기는 것이 쉽지가 않더라고요. 마음에 드는 보자기를 직접 만들자는 생각에서 직접 공장도 만들어 제품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보자기를 원 없이 쓸 수 있어 정말 행복해요!

할머니는 궁중요리 장인이셨고 아버지는 한복 관련일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할머니와 아버지 모두 드라마나 오페라에 사용되는 특수의상을 제작하는 회사를 운영하셨어요. 사극에서 사용되는 한복이나 갑옷 등 전반적인 의상을 제작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려서부터 참 여러 종류의 한복을 입어본 것 같아요. 상황과 계절에 맞는 한복들을 할머니께서 지어주셨고, 실제로 그 옷을 입고 여기저기 다녔다고 해요. 유치원 재롱잔치 때 찍은 사진 속에서도 저 혼자 당의를 입고 있더라구요. 그런 일들이 참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복은 특별하고 멋진 것, 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주었던 것 같아요. 궁중요리를 만드셨던 할머니를 보고 자라면서 맛있는 요리를 위한 노력은 고생이 아니구나, 생각했어요. 어찌 보면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궁중요리나 궁중떡을 재현해내는 일은 ‘고생스러운 것’ ‘귀찮은 것’ 으로 여겨질 수도 있었을 텐데, 제게는 오히려 그 노력과 일종의 고생이 대단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정성껏 닦고, 불리고, 껍질을 까고, 찌고, 체에 거르는 과정들을 반나절, 혹은 이틀에 걸친 노력의 끝에 진짜 떡, 진짜 육포 등을 맛볼 수 있었던 건 참 감사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그때의 그런 기억들이 고스란히 ‘정미소’나 ‘호호당’에 담겨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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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기 매듭 방식이 시대에 따라서 변화하기도 했나요.
용도에 따라서 보자기의 소재와 색, 매듭 방식이 달라져야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매듭 방식은 예전과 달라지기도 했고, 그 수가 많이 줄기도 했지요. 예전에는 보자기가 일상 속에서 매우 다양하게 쓰였으니까요. 가방 대신, 장롱 대신으로 쓰였으니까요. 지금은 특별한 때에 주로 쓰이므로 목적에 따라 소재나 색, 그리고 매듭법이 달라지는 정도지요. 예를 들어 혼례에 사용되는 보자기는 청홍 배색, 비단을 사용한 보자기를 많이 사용하고 푸르기 힘들게 꽁꽁 묶는 방식은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결혼 생활이 술술 풀렸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렇게 묶는다고 해요. 도시락이나 간식, 가벼운 선물 등을 포장하기 위한 보자기의 경우 행주나 손수건처럼 부담 없이 선물할 수 있는 것을 활용해도 좋아요. 그렇게 되면 안의 선물과 더불어 겉을 감싼 포장재도 또 하나의 선물이 될 수 있어 보다 기억에 남는 선물이 되어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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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당의 트레이드마크인 우물정자 보자기 매듭법

호호당의 트레이드마크인 우물정자 보자기 매듭법

특별히 애착이 가는 호호당의 보자기 디자인이나 포장법이 있나요? 
호호당의 로고로 사용하고 있는 매듭법이 있습니다. 좀 더 투박한 형태의 전통 포장법을 살짝 가볍게 바꾸어 사용하고 있는데 별도의 끈이나 고무줄 없이 보자기 자체만으로 단단한 매듭을 이루는 포장법이에요. 이 포장법은 우물 정(井)자 느낌이 나서 특히 좋아합니다. 정미소의 ‘井’자와 같기도 하고, 기쁨이 우물물처럼 샘솟는 느낌도 들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포장법이기도 하구요. 지금은 많이들 사용하시지만, 초기에는 호호당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사용되던 포장법으로, ‘호호당 꽃 매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포장법은 수시로 개발하고 있고, 특히 기업체를 위한 보자기 제작 및 포장법 제안을 해드릴 때는 그 브랜드만을 위한 포장법을 만들어드리고 있습니다. 하나의 브랜드를 위한 보자기, 그리고 그 보자기에 가장 어울리는 포장법이지요. 제품과 보자기와 포장법이 어우러질 때 가장 아름다운 패키지가 완성되는 것 같습니다. 도산공원에 위치한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의 보자기는 무척 기억에 남는 작업인데요, 각 제품에 맞는 보자기와 포장법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받는 분의 기분을 고려하여 하나하나 특별하게 보자기를 의뢰해주신 점을 보고, 설화수라는 기업이 어떻게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한국의 많은 브랜드들이 먼저 한국의 전통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더불어 들었습니다.

 

브랜드 설화수를 위해 제품마다 다르게 고안된 보자기법

브랜드 설화수를 위해 제품마다 다르게 고안된 호호당의 보자기

 

호호당에서 선물 요리와 요리 수업을 주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물요리’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습니다.
선물요리 라는 것은 받는 이의 상황과 기분, 생각을 떠올리며 준비하는 요리입니다. 예를 들어 아기를 가진 친구라든지, 한동안 많이 아팠던 동료라든지, 혹은 나의 남편이 될 사람의 부모님을 처음 뵙는 자리라든지, 결혼해서 집들이에 초대해준 선배라든지 이런저런 만남을 위해 고심해서 준비하는 요리 선물이지요. 선물요리의 가장 좋은 점은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입니다. 어떤 선물은 받으면서 돈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선물요리는 마음이 먼저 보이지요. 이 사람이 내 요즘 상황을, 건강을, 삶의 중요한 이벤트를 잊지 않고 있었구나 감동하게 되기도 하고요. 자취하는 친구네 집에 가면서 멸치볶음이나 볶음 김치라도 좀 덜어서 가져가는 것 같은 거에요. 그건 그냥 멸치볶음이 아니라 ‘밥은 잘 챙겨 먹고있는 거지?’ 라는 안부 같은 걸 테니까요.

종종 수업으로 알려드리는 선물요리는 주로 한국적인 요리가 대부분입니다. 한국적인 다과의 경우 시부모님이 되실 분들을 처음 뵙는 자리에서 예쁨 받기에 아주 좋은 선물이 되어주겠지요. 호두강정, 약식, 율란, 말린과일, 육포다식 등의 다과로 구절판을 채웁니다. 이러한 다과 만들기는 은근히 솜씨도 자랑할 기회가 되어줍니다. 그런 다과의 경우 꼭 보자기 포장법까지 같이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다과부터 포장까지 손수 준비하여 드리는 선물을 받으실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요.

기회가 있다면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정미소를 시작할 때, 그리고 호호당을 시작할 때부터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세계에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후 여러 즐거운 작업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위한 보자기 포장, 혹은 세계에서 사랑 받는 브랜드의 한국 진출을 위한 보자기 포장 등을 제안해드렸습니다. 선물 하나에도 정성과 예를 다하는 한국의 문화가 인정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기회가 된다면 세계를 무대로 선보이는 제품을 위한 보자기를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마음을 담아 감싸, 대를 물리는 포장재. 꼭 한국적인 어떤 것만이 아니라 그 어떤 것을 감싸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아시아의 아름다움이 담긴, 게다가 친환경적이기까지 한 이 작은 천 조각 하나가 세계 속 많은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주고 감동을 줄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은 어떤 도시라고 생각하세요?
서울은 참 여러 가지 표정이 있는 곳이에요. 한강이 있고, 강북과 강남이 있지요. 마음먹기에 따라 원하는 하루를 만들어갈 수 있답니다. 제가 서울에서 가장 자랑하고 싶은 건 바로 교통이에요. 지하철과 버스가 원하는 곳 어디라도 데려다주거든요. 교통비도 저렴하고요. 빡빡한 일정이 아니라면 서울에서 나홀로 버스 여행을 계획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종점에서 종점 여행하기 말예요. 가만히 앉아 서울 이곳저곳을 물 흐르든 떠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보이면 훌쩍 내려도 좋고요. 학생 때는 버스 종점 여행을 자주 했는데, 서울의 동네마다 표정이 어찌나 다른지… 참 매력적인 곳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추천해 드리고 싶은 동네는 ‘청운동’입니다. 호호당이 있는 곳이기도 하구요. 호호당의 오프라인 매장을 알아보기 위해 많은 동네를 다녔지만 ‘이곳이다!’ 라는 느낌이 오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발길이 닿아 오게 된 청운동은 전통적인 느낌이 곳곳에 묻어나면서도 도로가 큼직큼직한 모던한 인상이었어요. 전통 가옥은 아니지만, 꽤 오래전에 지어진 집들에서는 요즘의 것에서 볼 수 없는 기품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청운동의 윤동주 문학관, 문학 도서관을 구경하시고 통인시장을 거쳐 수성동 계곡을 한번 가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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