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한 가구를 만드는 두 남자 KIM과 LIM.
숲을 좋아하는 오크우드 스튜디오의 디자이너 임병갑과 김형철씨. 젊은 두 남자가 어떻게 가구를 만들게 되었나. 따뜻한, 친근한, 꾸밈없는 이 세 단어로 만들어지는 그들의 가구는 특별히 과장된 장식을 하지 않아도 거기에는 분명 디자인적인 힘이 실려있다. 새로운 형태를 과하게 덧붙이는 대신 나무 결을 살리고 장식을 최대한 배제해 가구 전체가 단일한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오크 우드의 가구는 참으로 단아하다. 그리고 빈 공간이 무심히 만들어내는 명암만이 거기에 한 획을 긋는다.
‘원목으로 만들어진 가구는 집안에 들여놓는 작은 자연이죠.’ – 가구를 ‘자연’으로 바라보는 이 두 남자. 나는 그들의 발상이 참 좋다. 2011년에 문을 연 오크우드 스튜디어의 두 디자이너는 하루 10시간 이상의 노동을 기반으로 한다. 효용성과 경제성이 떨어지는 작업 방식이지만 그만큼 정성과 시간을 들여 이야기와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가구를 만들고자 한다는것. 인터뷰 내용을 다시 읽으면서 앞치마를 두르고 진지하게 톱질을 하는 모습과 공원에 앉아 시원한 청량음료를 들으키는 두 남자의 상쾌한 이미지가 괜시리 내 머리 속에 교차한다.
인터뷰
Cahier de Seoul: 오크 우드만의 철학이 있다면?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으세요?
오크우드 스튜디오: 가구가 주인이 아닌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어떤 곳을 가보면 사람이 가구를 떠받들고 사는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원래는 뭘 하시던 분들인가요?
임병갑(Lim) 실장은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하였지만 대학시절부터 목공을 하기 시작하였어요.
김형철(Kim) 실장은 대학에서 산림자원을 전공하여 산림녹화 관련 일로 산을 오르다 목수의 길에 들어왔습니다.
두 분이서는 어떻게 만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특히 어떻게 함께 오크 우드를 시작하게 되셨는지.
Lim,Kim 모두 분당에 소재한 유니크마이스터에서 목공을 배웠습니다. Lim 은 한참 먼저 시작하여 Kim이 들어갔을 때는 스탭으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Kim이 수료할 때쯤 함께 하자고 제안을 했지요. 때마침 Lim도 자기의 일을 시작하고 싶어 했구요.
아, 이 사람이랑 같이 일해야겠다. 라고 생각이 든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나요?
Kim – 오크우드스튜디오는 1년 중 1달은 여행을 다니기로 정했는데, Lim이라면 모든 것을 다 맡기고 떠날 수 있겠다는 신뢰감이 있었어요.
Lim – 목공을 통해 하고자 하는 목표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좋은 느낌의 소규모 브랜드를 만들어, 만들고 싶은 가구 만들며 나이 들어가는 것.
오크 우드라는 소재의 매력은 뭔가요?
세월의 때가 잘 묻어나는 점. 천연오일로 마감작업을 한 화이트오크의 색은 시간이 갈 수록 짙어지고 깊어집니다.
처음에 눈에 띄지 않던 나무결도 보이구요. 작년 여름쯤에 어느 편집샵에 저희 가구를 가져다 놓았었는데, 나무의 목리도 억지스럽고 색감도 좋지 않아 저희 마음에 정말 들지 않았었거든요. 근데, 편집샵 사정상 올 여름에 다시 가져오게 되었는데, 완전 다른 가구로 변해있더라구요. 억지스럽던 나무결도 한결 부드러워졌고, 색상도 골드빛이 나는 갈색으로 깊은 맛이 나구요. 게다가 여러 사람의 손때가 묻고, 매장에서 막 다루다 보니 1년만에 초고속 빈티지화 되었는데. 그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오크우드의 첫 클라이언트는 어떤 분이셨는지 궁금하네요!
대전에 위치한 아파트에 사시는 고객분이셨습니다. 저희가 직접 가구를 들고 댁을 방문하였는데, 거실에 가구나 가전제품 하나 없이 바닥에 도자기 몇 점만 놓여있더라구요. 주문하신 가구를 어디에 놓으실지 여쭈어보았는데, 거실에 놓으시겠다고 하시더라구요. 텅빈 거실에 저희 가구를 도자기 옆에 놓고, 내어주신 차한잔을 하고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도 마음이 뿌듯 하더라구요. 시집보낸 딸이 사랑과 대접받고 살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
한국 전통 가구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시나요?
물론이죠.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조선후기 및 근대의 전통가구. 전통가구에 담아있는 우리 옛사람들의 위트와 실용적이 요소들을 보면 감탄에 턱이 빠질 정도입니다. 전통가구의 reproduction 보다는 그 안에 담겨있는 위트와 요소들을 가구에 담아내고싶습니다.
시간이 남는 날에는 뭘 하시나요?
Lim과 Kim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누어요. 지금은 각자의 색깔을 만들기보다 오크우드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는 시점이에요.
함께 디자인하고 함께 제작을 해나가기에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노력하는 편이에요. 같은 전시회를 보러다니고, 매거진도 돌려보구요.
작업하면서 자주 듣는 노래가 있나요?
작업실에 들어가면 우선 앞치마와 귀마개를 착용합니다. 안전과 소음때문이지요. 하지만 사무실에는 늘 라디오 CBS 93.9가 켜져 있습니다. 특히 야간작업이 많은 저희들에게 오후 열시부터 진행하는 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래서 10시부터는 기계 사용을 줄이고 수공구 작업이나 오일마감작업을 한답니다.
서울에서 자주 가는 동네나 장소가 있나요?
망우동이요. 저희 작업실이 있는 동네이기도 하지만, 망우동 정말 괜찮은 동네입니다. 특히. 작업실 근처에 있는 중랑캠핑숲은 정말 멋진 곳입니다. 서울에 이런 곳도 있으리라고는 거의 생각 못하실거에요. 특히 중랑캠핑숲의 잔디밭은 강추입니다.
일과 중이나 작업마치고 캔음료 들고 이곳에 와서 잠깐 앉아있으면, 내가 비워지는 느낌! 많은 분들이 망우동 하면 망우리 공동묘지만을 생각하시는데, 그런 으스스한 동네가 아닙니다.
망우[忘憂]. 잊을 망 + 근심 우, 근심을 잊는 동네라는 멋진 뜻을 가진 매력적인 동네입니다.
두 분이 여행도 많이 다니시나요? 가장 마음에 남았던 여행지는?
Lim – 예전에 친구들이랑 인천에서 여객선을 타고 승봉도를 들어가, 승봉도에서 고깃배로 갈아타고 들어가는 사승봉도라는 무인도요. 텐트치고 모닥불 피고 술 먹으면서 놀다 잠이 들었는데, 맑았던 날씨가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 치더라구요. 강풍에 텐트는 날아가고, 옷과 짐들은 비에 홀딱 젖은 채로 저희를 데려다 준 고깃배가 온 다음날 2시까지 거의 울면서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멋지거나 좋은 경험은 아니었지만, 질문처럼 가장 마음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Kim – 결혼 후 아내와 함께 4개월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 여행 중에 갔었던 네팔의 포카라가 가장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포카라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기 위해 여행객들이 잠시 머무는 곳인데, 저희는 이곳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보름정도 머물렀습니다. 아침,저녁으로 페와호수 산책하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차 마시고 독서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제 인생에서 몇 안되는 100% 유유자적의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부산하게 살아가는 요즘, 가장 다시 돌아가고픈 여행지입니다.
@ Cahier de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