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간, 조그만한 다락을 가진 카페 시연에서는 항상 좋은 커피향이 난다. 누군가의 손때가 묻고 시간이 지나 색 바랜 책들이 이 작은 공간에 벽 한켠을 정갈하게 채우고 있다. 요즘 출판된 도서부터 옛 문학 잡지나 소설까지 다양한 시대에 출판된 책들. 커피가 맛있어 직접 원두를 판매하기도 하는 이곳에 헌책을 가져오면 커피 한잔을 내어준다. 심심할때면 책장에서 안 읽는 책을 골라 골목길을 빙글빙글 돌아 시연으로 가자.
가게 구석 구석에 숨겨져 있는 오래된 물건들
시연에서 책을 뒤적이다가 노랗게 바래 곰팡내가 나는 오래된 문학잡지를 3천원에 샀다. 값도 비싸지고 질도 좋아진 요즘 책에서는 맡기 힘든 그 풋풋한 종이의 향은 초등학교 때 2500원에 사서 보던 싸구려 문학 책들과 같은 냄새를 풍겼다. ‘상상’이라는 옛날잡지를 골랐는데 안에 정말 멋진 문구가 있었다. 이런 좋은 글들은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비록 색바랜 종이에 찍혀있을지라도.
소설을 사랑하는 자는 인생을 사랑하는 자이다. 소설을 사랑하는 자는 ‘하늘엔 별이 있고, 내 가슴엔 감동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자이다. 소설을 사랑하는 자는 모든 법과 금기를 넘어서, 한 인간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 자체로 이해하는 자이다. 소설에 관해 무엇인가를 쓴다는 것은 인생에 관해 무엇인가를 쓴다는 것이며, 인생에 관해 무엇인가를 쓴다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쓴다는 것이다. 소설은 이데올로기 위에 있고, 국가 위에 있고, 인종 위에 있고, 삶과 죽음 위에 있고, 나와 너 위에 있고, 소설가 위에 있고, 당연히 비평가 위에 있다. 따라서 소설의 잣대는 언제나 소설 그 자체이어야 한다.
승부사들 – 글쓰기의 지형학, 김탁환 ’95년 봄호 상상’
까이에 드 서울
주소 – 서울 마포구 서교동 358-30
AM 11: 30~ PM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