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다 어떤 신사분이 읽고있던 책 한권(Dialogue avec un vieil arbre géant)에서 우연히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 안선미씨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유럽에서 출판되는 대부분의 동양 작가들의 책에 쓰이는 여느 범용한 사진들과는 달리 지하철을 달리는 내내 그 남자가 들고 있던 아름다운 책 표지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29 세의 젊은 사진작가 안선미씨의 작품에는 그녀 스스로가 모델로 등장한다. 모델에게 어떤 것을 지시하는 것 보다 자신이 모델이 되면서 작품에 더 빠져들 수 있었다고 하는 그녀. 나무의 무성한 잎파리 너머로 바라보는 그녀의 몸은 왠지 모르게 순수하고 상처받기 쉬운 어린아이처럼 보인다.
안선미씨가 작품노트에서 얘기하듯 몸은 어른이 되어 성장했지만 그녀의 내면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상처받기 쉬운 자기 자신을 사진에 담으면서 사진을 찍는 순간만큼은 자신의 성장 속도에 맞춰가며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고 하는 그녀. 그래서인지 안선미 작가의 작품에는 앳되어 보이는 자신의 모습과 자연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요소들이 자주 등장한다.
인터뷰
cahier de Seoul: 안선미씨의 작품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Ahn Sun mi:간단히 소개 하자면 초현실주의를 바탕으로 셀프포트레잇작업을 하는데요.
주로 ‘사이’. <현실과 꿈>, <어른과 아이>사이에서 방황중인 자화상이라고 할수 있죠.
작업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작업은 주로 한국집에서 합니다. 제가 살고있는 아파트에 작은 스튜디오를 구성해 놓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미리 이미지를 정하고 그 이미지를 바탕으로 필요한 배경(자연),
오브제등을 찍은후 저를 찍어서 꼴라쥬 하는 방식입니다.
프랑스로 유학은 어떻게 결정하게 됐나요?
:마냥 동경의 도시였어요. 고정관념처럼 예술하면 파리라는 도시가 떠올랐죠. 처음엔 파인아트보다는 패션사진에 관심이 많았어요. 아트적인 베이스를 쌓기위해 프랑스 유학을 선택했다가 자연스럽게 그 매력에 빠져 여전히 작가로써의 길을 동경하고 있습니다.
다른 예술분야(영화, 음악, 그래픽, 소설)에서 모티프를 얻기도 하나요?
:네. 주로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티브를 얻는데요.
그리고 일상생활, 주로 아이들의 모습이나 자연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습니다.
아이들의 행동에서 제 모습을 비추기도 하고 자연에서 오는 느낌을 제 나름대로 해석해서 작업에 반영하기도 하지요.
작품에 ‘자연’이라는 소재가 많이 등장하는데, 어릴 때 자연속에서 자랐던 기억이라던가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부산에 살아서 바다를 끼고 살았다는것 말고는 특별히 자연속에서 자랐거나 하진 않았는데.
그냥 저에게 편안함을 주는 요소인거 같아요. 가끔 도시에서 사라져 한적한 자연속에 사라지는 꿈을 꾸는 것처럼요.
이전에는 어떤 작업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작업 테마가 바뀌셨나요.
: 한국에서도 가끔 셀프작업을 하긴했지만 주로 풍경이나 포트레잇처럼 좀 더 클래식한 사진 작업이 주였어요.
그러다가 셀프로 비디오를 찍어 다시 사진으로 찍는 작업을 많이 하기도 했는데 확실이 “사이”, 어른과 아이 꿈과 현실이라는 테마를 주로 하지는 않았어요. 이 작업은 프랑스로 유학 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작업 노트에서 보셨듯이 이방인이 된 나. 나와 다른 외형들의 사람들의 삶에 사이에서 붕뜬 느낌을 작업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이런 감정이 본질적으로 <나의 외형과 나의 내면 사이의 거리감>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하면서 2006년부터 쭉 이런 식의 작업이 이어오고 있습니다.
큰 주제는 변하지 않지만 표현방식이나 섬세한 이야기는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영화나 소설이 있다면.
:영화는 판타지영화를 좋아 해요. 미래 판타지보다는 과거를 주제로하는 판타지물을 좋아 합니다. 영화보다는 애니매이션을 더 좋아 하는 편이예요. 누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고 묻는다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고 이야기 하지요. 소설보다는 주로 시를 좋아 하는 편이에요. 고은시인님과 정현종시인님을 좋아 하고 책은 소설보다는 철학이나 미술 관련 책을 많이 읽어요..
어떤 인연으로 작품 사진을 이창준 작가의 책 표지에 사용하게 되었나요.
:저도 제가 전속으로 있는 갤러리를 통해 연락 받았어요. 악트쉬드(actes sud)라는 출판사에서 표지 담담하시는 분이 제 사진을 보고 저희 갤러리를 통해 저한테 연락이 왔어요. 그렇게 표지 사진으로 싣게 되었는데 저도 처음에 이청준 작가님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기뻤습니다. 그 뒤로 두 권 더 표지에 제 사진이 사용됐는데 둘 다 일본작가네요..
어느 기사에서 리샤르 베리(Richard BERRY)와 샤를르 갸쏘(Charles Gassot)가 안선미씨의 작품을 좋아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만나게 되신건지요.
:영화배우겸 감독이신 리샤르 베리는 처음 작품 기부 경매파티에서 만났어요. 작가들이 작품을 기부하면 경매를 통해 판매한 수입금으로 장기기증기금을 마련하는 행사였는데, 거기서 제 작품을 낙찰받으시고 그렇게 인연이 된 뒤로 저의 첫 개인전 파트너가 되어 주셨어요.
영화 제작자 샤를르 갸쏘는 저의 첫 전시때 제 작품을 구입하셨어요. 그 뒤로 인연이 되어 샤를르 갸쏘가 주최한 마다가스카르 학교 건설 단체 Ecole du monde가 주최한 ‘100개의 마다가스카르 벽돌’이라는 행사에 100의 아티스트중 한명으로 참여하여 작품을 기부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활동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네 기회가 된다면. 아직은 좀더 유럽이나 미국쪽에서 경험을 쌓고 싶어요. 나이도 어리고.
작업의 숲이 더 커지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 cahier de Seoul
S O U R C 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