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사진전문잡지 블링크 BLINK
블링크는 사진 전문 ‘잡지’지만 과월호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한 권의 ‘아트북’이다. 나는 그런 좋은 책의 ‘무게감’을 느낄 줄 아는 사람들에게 블링크를 소개하고 싶다. 그런건 말이 필요없이 마음으로 전해지지 않나. 처음 책을 사서 넘기는 설램의 한 장, 종이의 두툼함 넘어로 전해져 오는 촉감은 참으로 소중하다. 앞/뒤 구분이 없는 블링크의 양면 커버는 앞면은 기사로 채우고 뒷 면은 광고로 채워지는 구매 카탈로그 같은 상업 잡지에 대한 일종의 반기가 아닐까 싶다. 앞과 뒤의 구분이 없다는 것은 기사에 서열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만큼 블링크 한 부분 한 부분을 애정을 가지고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메이저 사진 잡지 에디터였던 ‘김아람’씨가 회사를 나와 만든 1인 독립 잡지 블링크는 실력은 있지만 아직 유명하지 않은 사진 작가들을 찾아서 그들의 작품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일종의 페이퍼 갤러리이다. 독립 잡지의 참신함과 전문가의 예리함 그리고 사진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만들어낸 결과물. “블링크는 직접 보면 정말 예쁜 책이에요. 인쇄를 제가 정말 신경써서 하거든요. 절대 사진이나 영상에 담기지가 않아요. 이 예쁜 책이. 그래서 정말 절실하게 각 지역별로 비치처를 두고 싶어요.“ 사진 작품을 조금이라도 더 잘 보여주기 위해 종이 선택까지 세심하게 체크하는 김아람씨의 열정이 작가들로부터 실제 작품 프린팅과 비슷한 퀄리티라는 반응을 받고 있다.
한 사진 잡지 에디터로 일하던 당시 그녀는 수 백 개의 사진 갤러리를 방문했다. 그런데 단순히 ‘학벌’에 의존하거나 “유명”하다는 수식어로 꾸며진 채 정작 작품 그 자체는 뛰어나지 않은 수많은 전시를 보며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의구심. ‘왜 사진을 감상하는데 그런 수식어가 필요하지?’ 사진을 작가의 학벌이나 평론가의 수식어에서 벗어나 작품 그 자체로 평가해야하지 않나. «갤러리들이 자주 사용하는 ‘유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면 블링크에 소개되는 아티스트들은 유망한 사진학과를 졸업해 각종 어워드도 섭렵한 실력있는 유명작가들임에는 분명하죠. 하지만 학력이나 수상경력이 지면에 기재되면 그것이 사진 자체로만 작품이 판단되는데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잡지에 기재하지 않아요.» 사진을 좋아해서가 아닌 돈버는 수단으로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을 솔직한 단어들만 골라 당당하게 비판하는 김아람씨. 그리고 그녀가 만든 독립잡지 블링크에 대한 몇가지 궁금한 사실들.
인터뷰는 김아람씨의 산뜻한 대답으로 시작됐다 :저는 그냥 편하게 친구처럼 이야기하는 방식이 좋아요.
꺄이에 드 서울: 잡지에 소개되는 사진작가들의 작품은 어떤식으로 선택하세요?
김아람: 잡지에 싣는 작가 분들은 포트폴리오를 직접 받아보고 연락해요. 먼저 보내오시는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은 제가 먼저 연락하는 작가 위주로 실으려고 해요. 점 점 년수가 늘어나다보니 네트워크가 넓어져서 갤러리에서 책이나 카드를 보내주시기도 하고요. 가장 기본적으로 웹에서 많이 접하는건 사실이죠. 그리고 사진 본래 이미지 자체만으로 표현하려 하지 않고 말이 많은 사진작가는 싫어요. 물론 이미지도 좋고 텍스트도 좋은 건 상관없지만요.
다른 독립 잡지들도 많이 보시나요?
네, 독립 출판물만 따로 판매하는 곳이나 전시들도 많아졌잖아요. 블링크를 입점하고 있는 서점들에 그냥 마실나가듯이 가서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그래요. 환경 자체가 이렇다보니 아무래도 많이 보게 되지요. 매년 상상마당에서 어바웃 북스라는 이름으로 독립 출판물 전시도 해요. 제가 작년에 블링크 창간하고 처음 참가했거든요. 참가해서 스스로 마켓도 하고 독자들하고 직접 만나기도 했어요. 올해도 홍대 상상마당에서 두달(7월 8월)동안 열립니다.
잡지가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 때는 작가들에게 거절당하기도 했나요?
정말 감사하게도 제가 운이 좋은건지 거절을 당한적은 없었어요. 설득을 시키는데 오래 걸린 작가는 한 두명 있어요.
그래도 결국 설득에 성공 하셨네요? 그분들은 처음에는 거절했었나요?
거절이라고 할 수 있죠. 사실 반신반의 하는거죠. 정말 책이 나올건지 아닌지. 저만해도 그럴 것 같아요.
요새 점점 아이폰으로 다운 받을 수 있는 잡지가 많아지는데, 그런 인터넷 잡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 얼마전에 아이패드 매거진도 런칭했어요. BLINK RGB라고. 기존의 종이 잡지랑은 피쳐아티스트도 다르고 개별의 책이에요. 색깔도 좀 다르고요. 고마운 개발자분들 만나서 앱개발부분에서 도움을 받았구요. 아이폰 앱도 이야기를 한 적 있고 여러가지 면으로 의논 중입니다!
종이잡지랑은 다른가요?
기존의 종이잡지 블링크는 1000부 한정판이고 정기 구독자 분들도 계시죠. 그리고 정가를 주고 사시는 분들도요. 헌데 저는 아이패드나 아이폰 앱으로는 무료로 배포하고 싶었어요. 돈 받기 싫었거든요. 그럼 기존의 종이잡지를 그대로 아이패드로 옮겨오면 정말 돈주고 사시는 분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요. 그래서 아예 둘을 개별적으로 분리하자 결정했죠.
외국 사진 작가들에 대한 기사가 많은데 한국 사진작가 작품도 소개하시나요?
국적은 중요하지 않아요. 아직 한국 작가를 소개하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실력이 되는 작가가 얼마 없고 있긴 있어도 그런 분들은 이미 유명하잖아요. 이명호 작가님이나. 이명호 작가님은 외국 갤러리를 통해 개인적으로도 알게 됐는데 블링크 구독자이기도 하세요. 그렇게 좋은 작업을 하시는 분들도 국내에 계시기는 한데 이미 유명하니까 블링크를 통해서 알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직 안 알려지고 진짜 기가막힌 작업을 하는 국내 작가를 딱 소개하고 싶어요. 진짜 보석을 발견해서 외국에 알리고 싶어요. 블링크를 통해서. 돈 많이 벌어서 책도 내주고 작품도 사주고 싶어요.
유럽이나 미국 쪽에도 잡지 판매처가 있어요?
아직 없어요. 찾고 있는데 수수료 부분도 너무 말이 안되는 곳도 있고. 여러가지면에서 계속 고민하면서 리스트를 구축하고 있어요. 판매가 아니더라고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도록 비치처도 찾고 있는데 딱히 신뢰가 가는 곳이 아직은 없어요. 많은 분들이 편하게 보셨으면 좋겠는데. 현재 외국 독자분들은 블링크 웹사이트를 통해서 온라인 구독 신청을 하고 계세요. 블링크는 직접 보면 정말 예쁜 책이에요. 인쇄를 제가 정말 신경써서 하거든요. 절대 사진이나 영상에 담기지가 않아요. 이 예쁜 책이. 그래서 정말 절실하게 각 지역별로 비치처를 두고 싶어요.
1인 독립잡지라 하면 그래픽 일도 직접 하세요?
네, 다 합니다. 바코드 디자인하는 것까지 다요. 블링크가 만들어지고 책이 서점에 들어가고 반품 들어오고 모든 일을 제가 합니다. 할 사람도 저밖에 없고요. 지금은 책 나르는 거나 배송하고 독자 상담이나 이런 건 혼자하기 너무 벅차서 제 착한 동생이 어시스턴트로 도와주고 있어요. 제부도 함께요. 월급은 아직 적게밖에 못주지만. 제가 출장가거나 하면 동생이 다 케어 해주죠. 감사해하고 있어요.
출장이라면 작가분들 만나러, 아니면 다른 일로?
아직 형편이 안되서 유럽이나 미국은 못가요. 출장이라고 하는 건 우선 첫번째로 제가 좀 쉬러 가는 거에요. 저는 항상 일을 하고 있거든요. 그럼 사람들이 묻죠, 잘 놀러갔다 왔냐고. 놀러간건 아니죠. 잘 쉬어야 잘 일할 수 있으니 이것도 일종의 일의 연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잘 쉬고 싶어요. 아무래도 다른 나라에 사는 작가들이 많다보니 밤 낮이 바뀌는 일도 흔해요. 그렇다고 작가들한테 데드라인을 재촉하고 그러는 성격도 아니고요. 재촉해서 얻어내는 답변은 진짜 답변처럼 안느껴져서요.
어떤 잡지 좋아하세요?
Vice 그리고 플레이보이. 한국 잡지 중에는 하나은행에서 발행되는 트랜스 트렌드 매거진. 돈에 욕심 없이 발행되는 잡지가 진짜 색깔을 계속 유지할 수 있어요. 돈에 환장해서 광고수주하느라 자기들 허세떠느라 결국에는 똑같은 잡지가 되고 마는 거에요. 지금 나와있는 잡지 중에 자기 색깔을 갖고 있는, 그런 잡지가 없어요. 제일 싫어하는게 한국에 들어온 라이센스 잡지들이에요. 그런 잡지에 사로잡혀서 휘청거리는 독자들도 싫어요.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서울 재미 없어요.
정말요? 하하 왜요?
대한민국 자체가 심미안이 한참 부족한 나라입니다. 영감을 얻을 곳도 별로 없구요. 다 똑같은 생각 다 똑같은 얼굴 하고 있으면서 안그런척 위선떨고 있을 뿐이죠. 저는 그냥 동네 산책하구요. 사람 없는 곳 찾아서 가요. 예술가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서울과도 가깝고 큰 빌딩도 없고 그냥 저는 이곳이 좋아요. 사람들도 순박하고.
사진 찍는거, 좋아하세요?
네, 그럼요. 편집증 같은 증세가 있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정작 여행을 다닐 때는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아요. 사진이 오용되고 남용된다고 느낄 때가 많아서요. 그냥 제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 cahier de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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