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한 켠 – 세월의 때가 까맣게 묻어 있다가도 열심히 닦아내면 다시 반짝반짝 빛나던 유기 그릇은 사람의 손을 타는지 사용할수록 더 윤기가 돈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들어진 그릇은 오래 사용할수록 닳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견고해지는 느낌이다. 조기상 디자이너와 김수영 장인이 만든 이 유기그릇들은 부수적인 장식없이도 재료 자체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형이 넓게 펴지기도하고 둥글게 파이기도하면서 쓰임에 맞게 자신을 맞춰가는 모습이다.
옛 공예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유기는 구리와 주석을 녹인 쇳물을 일정한 틀에 부어 원하는 형태를 만드는 작업을 통해 완성된다. 알맞은 비율로 화덕 속에 넣어 용융하여 쇳물을 끓이고, 형태를 계속 다져내고, 말리기를 반복한 후에야 원하는 그릇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청동기 시대에 시작된 제작기법은 삼국시대에 종교와 관련된 기물을 제작하면서 그 사용이 확대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선시대 때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사용되기 시작하는데 주로 명문 사대부 집안에서 맞춤으로 주문을 받아 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유기그릇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밥, 국, 나물, 고기까지 일체의 식기와 그릇을 유기로 사용하였다고 하고 심지어는 요강, 세수대야까지 유기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을만큼 많은 애정을 받아온 우리의 옛 공예이다.
이 유기그릇은 디자이너 조기상씨가 디자인하고 김수영 장인의 도움을 받아 2013년 ‘예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완성되었다. 전통성과 현대성의 경계선상에서 만들어진 아름다운 유기 그릇은 사람들의 현재 생활습관에 맞춰 밥공기는 더 작아지고 재료가 주는 무거움을 보완하기위해 더 얇아졌다. 옛 것으로만 여겨져 시간과 함께 조금씩 잊혀져가는 유기공예가 조금은 어깨에 힘을 뺀 듯한 모습이다. 그릇 안쪽은 매끄러운 유광으로 작업되었고, 바깥은 무광, 매끄러움, 거침, 옻칠의 4가지 방법으로 제작되었다.
자료 출처:
예올은 2002년 설립 이후로 우리 전통 문화의 바른 이해를 돕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숨겨져 있는 작가와 장인들을 후원하고 소개하고 있다.
http://www.yeol.org/
NILS CLAUSS은 독일에서 온 영화감독이자 사진작가로
서울에 거주하면서 그만의 시선으로 다양한 도시의 모습을 촬영한다.
http://www.nilsclau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