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은 서로 다른 직업과 국적을 가진 다섯명의 여성이 만나 이야기하듯 섬세하게 풀어 낸 공예 프로젝트다. 한국의 전통공예를 낯설고 옛 것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된 향. 손으로 작업해 하나씩만 디자인되는 작품에는 한복 빈티지 원단이나 우리나라의 전통색감이 사용된다. 숟가락을 오브제로 사용한 점이나 한복천을 이용한 양면 가방에 담긴 그녀들의 유머에 웃음이 나기도한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향’에 관한 몇 가지 궁금한 점들.
인터뷰
까이에 드 서울: ‘향‘ 이름의 의미와 디자인 컨셉에 대해서 알고싶어요.
향: ‘향‘은 한자로 ‘울릴 향(響)‘자를 쓰는데 작가들의 마음이 담긴 작품이 울려 퍼져나간다는 의미로 지었어요. 작업할 때 느끼는 즐거움이 전달 되기를 원한다는 바램에서도 ‘향‘이라는 이름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향은 아름다움과 실용성이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하나하나 손으로 만든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고 하나씩만 디자인하여 똑같은 제품이 없다는 것도 저희의 특징이자 컨셉입니다.
까이에 드 서울: 언제부터 ‘향‘을 시작하셨고 그 전에는 뭘 하시던 분들인가요?
향: 저희는 한복과 전통 공예, 미술을 좋아하는 다른 직업과 국적을 가진 5명의 여성- 안현미(기자), 김인숙(아티스트), 모리 미야코(그래픽 디자이너), 지영은(한복 기능사, 음식점 경영), 안병임(한복 기능사, 의류업체 종사)이 만나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한국 문화 – 특히 천으로 만드는 공예품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서로 공감을 나누게 되었고 2009년 부터 함께 향 hyang craft project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30대에서 50대까지 재일교포, 일본인, 한국인이 모여 자신들만이 가지고 있는 감각과 각자의 직업에서 배운 경험을 모아서 공예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까이에 드 서울: 디자인에 한국적인 색이 많이 묻어나는데 전통 원단이나 색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김인숙- 사진을 전공하기 전에 일본에서 의상과를 나왔어요. 어릴 때 재일교포 사회에 살아서 한복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중고등학교 시절에 교복으로 입고 다닌 치마저고리에 대한 애착이 있어서 의상과 졸업 작품을 직접 염색한 원단으로 한복을 제작하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한복의 바느질 틀을 찾으러 오게 된 것이 한국의 첫 방문이에요. 지금은 사진 작업을 시작하면서 한국으로 건너와 ‘사이- IN BETWEEN’를 주제로 작품을 제작하고 있어요. 제가 작업하고 있는 작품의 개념을 사진 외에도 다른 매체로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걸어놓기만 하는 작품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예술작품을 제작하고 싶어서 향 hyang craft project를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안현미- 예전에 일본에서 출시되었던 한국문화잡지 SUKKARA에서 기자로 일했었는데 그 때 한복 특집을 맡으면서 이영희씨, 김용석씨, 배영진씨의 한복을 접하면서 좋아하게 됐어요. 사실 어릴 적 명절 때 한복을 입고 다녔었는데 커가면서 관심도 덜해지고 오히려 촌스럽다고 느꼈었거든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한복을 다시 보니까 세련되고 아름답다고 느껴졌습니다. 한복 원단의 매력 중의 하나가 고운 색상이잖아요. 특히 오방색이나 색동을 좋아하는데 화려함 뿐만 아니라 ‘음양오행‘ 사상이나 아이들을 액으로 막는다는 의미도 그 안에 담겨있어서 단순히 예쁘다는 것을 넘어서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색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매력적이고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미야코(MORI MIYAKO) – 저희 어머니가 한국분이세요. 서울에서 자라셨는데 해마다 외할머니께서 다양한 음식과 물건들을 보내주셨어요. 이름을 새긴 숟가락과 지금은 너무 작아진 남동생의 한복, 부모님 방에 여전히 걸려있는 커다란 노리개. 깊은 뜻은 그다지 의식해보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생활의 중심에 있었던 물건들이 서울에 와서 공부를 하면서 그 물건들에 뜻과 바램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후 전통 원단은 물론 한국 특유의 화사한 색상, 그리고 그 색상이 갖는 뜻에 끌려서 이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까이에 드 서울: 숟가락 목걸이는 어떻게 디자인하게 되셨나요?
향: 한국에 있는 골동품 가게에서 조선시대 숟가락을 보게 되었는데 머리가 동그랗고 가늘에 이어진 손잡이가 심플하고 귀여워서 그 디자인에 반했거든요. 한국 식문화의 특징이 식사를 할 때 숟가락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잖아요. 일종의 도구이기도하지만 한국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오브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인의 집을 방문했을 때 오래된 전통 장롱 열쇠 걸이 부분에 열쇠 대신 숟가락을 걸어놓았었는데 그게 참 예뻐서 악세서리고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목걸이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까이에 드 서울: 현재 기획하고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안현미: SUKKARA에서 기자로 일할 때 지방으로 취재하러 다니면서 다양한 한국 전통공예품을 보게되었어요. 아쉽게도 한국전통 공예품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빛을 못보는 상황이에요. 장인들도 다 고령이시고 대를 잇는 사람이 없어서 많은 공예품들이 사라지고 있죠. 아직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공예품을 찾고 소개하면서 향과 장인분들과 공동작업을 통해 함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올해는 충남 서천에 계시는 짚풀 공예를 하시는 80세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었는데 향의 디자인과 함께 공동작품을 제작 중이에요. 내년 봄에서 여름 정도에 작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지방 공예품을 소개하면서 한국 지방 문화나 음식도 함께 소개하고 싶은 바램도 있어요. 향 멤버들은 모두 빈티지를 좋아하고 작품에도 빈티지 한복 원단(70-90년대 제작된 천)을 많이 사용해요. 서울을 비롯해서 여러 지방을 다니면서 옛날 한복이나 천을 찾아서 작품으로 만들고있어요. 아직은 사람들마다 한복에 관련된 추억이나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잖아요. 예를 들어 재일교포 할머니가 시집갈 때 혼수로 가지고 간 60년대 원단으로 제작한 작품이 있는데, 그런식으로 추억을 담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인상 혹은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김인숙: 격동적이고 힘이넘치는 도시같아요. 좋아하는 장소는 도시 속 자연이 공존하는 낙산공원이나 궁, 릉으로 자주 산책을 다녀요. 곳곳에 남아있는 재래시장도 자주가는 매력적인 장소들입니다.
안현미: 시끌벅적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라는 인상을 받아요. 사직동이나 영등포역, 시장 주면에는 서울의 70, 80년대 분위기가 남아있어서 좋아해요. 사람들이 숨쉬고 생활한다는 것이 느껴지는 장소를 좋아합니다. 재래시장도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 중에 특히 중앙시장, 통인시장, 모래네 시장을 좋아해요.
미야코: 시장에 가는 것을 좋아해요. 한국의 문화와 사람들을 단번에 겪어볼 수 있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어요.
까이에 드 서울
향 craft project에서 제작된 작품 중 첫 아이템인 reversible tote bag은 양면으로 다른 표정을 가진 가방이다. 무거운 사진기장비를 맨날 들고 다니는 작가 김인숙과 무거운 노토북을 맨날 들고다니는 그래픽디자이너 미야코가 이쁘고 튼튼한 한복가방을 만들고자 한 것이 향 작품의 첫 시작. 2년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된 reversible tote bag은 사진장비를 담아서 매일 다니며 중량 테스트를 실행하여 기능성과 실용성에 주의를 기울여 완성됐다. 앞 뒤 양면의 한복원단의 표정차이와 전체적인 통일감을 생각하며 디자인 되었다.
이번 가을에 완성된 녹색꽃무늬원단 가방은 60년대 일본에서 제작된 한복이불용 빈티지 원단이 사용되었다. 줄무늬와 꽃무늬가 들어간 주황색 원단은 80년대 한국에서 제작된 원단. 향 작품에는 재일교포사회에서 유통된 일제 한복원단과 빈티지 북한원단 그리고 한국에서 제작된 한복원단을 주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