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위로 흐르는 색조의 깊음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붉지만 단순히 빨강은 아니고 녹두처럼 은은한 빛깔이 녹색이라고 표현하기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동그란 뿔테 안경에 짧은 단발머리가 인상적인 이노주단의 오인경씨를 만났을 때 그녀가 디자인해서 입은 한복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갔다. 길게 옆으로 이어지는 깃의 우아함과 은은하게 속이 비치는 저고리의 빛깔은 그 안에 입은 치마나 안고름의 색에 따라 짙어지거나 옅어지기도 하면서 부드러운 경계선을 그려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 전통 옷인 한복이 그녀의 짧은 단발 머리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한복을 잘 모르는 우리로써는 ‘한복’하면 어느 정도 획일적인 디자인을 떠올리지만 사실은 주름이나 선, 옷고름의 형태에 따라 그 미묘한 멋이 달라진다. 미국에서 양장을 공부하다 한복의 아름다움에 반해 결국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 밑에서 수련하며 한복디자이너의 길을 선택한 그녀. 조선시대 중.후기 한복의 선이나 저고리의 길이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는 이노주단의 한복에는 그녀만의 색이 잘 배어 난다. 양장을 공부해서인지 꼭 전통적인 색의 배합보다는 눈에 들어오는 색을 사용하기도 하고 단속곳이나 배냇저고리를 만들 때 피부에 편안한 느낌을 주는 여러 옷감을 사용하기도하면서 한복의 또 다른 면모를 만들어가고 있다. 자신이 입어봐야 불편한 점도 고칠 수 있고 그 느낌을 잘 설명해줄 수 있다며 한복을 입고 생활해 보려고 노력한다는 오인경씨. 항상 새로운 아이템을 선보이는 이노주단의 행보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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