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동 뒷골목. 아틀리에가 있을 것 같지 않은 평범한 거리. 철물점이 있는 오래된 건물 이층에 위치한 Labolabour를 방문했다. Labolabour는 젊은 공예가 조아라씨의 작업실이다. 산책을 하면서 이것 저것 주워온 물건들이 그녀가 만든 그릇들과 함께 창가에 놓여있다. 작업실을 가로지르는 회색 벽돌 벽은 그릇을 구울 수 있는 작업실로부터 편안하게 앉아서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을 나눠주고 아메리칸 키친을 떠올리는 커다란 창문이 이 두 공간을 시원하게 이어주고 있었다. 학생 때 만든 작은 컵에서 최근에 구워 낸 그릇들까지 – 망가져서 쓸 수 없는 그릇조차 화분이 되어 모두들 사이좋게 지내는 분위기다. 진한 냉커피 한 잔을 셋이 홀짝이면서 촬영날짜와 인터뷰 얘기를 나눴다. 서울 한복판, 시끄러운 도로에서 벗어나 무표정한 건물 안에 숨겨진 그녀의 작업실은 수박의 딱딱한 껍질 속 붉은 살처럼 야들야들하다.
“하다보면 어떤 형태를 만들었을 때가 즐거운게 아니라 엄청나게 몰입하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이걸 깍아야겠다… 그런 행위에 집중하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 이후부터 사람들이 재미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걸 하던지, 어떤걸 만들던지. 디자이너는 만드는 순간의 가치보다는 만들어진 물건의 가치에 무게를 두는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움직이는 그 자체, 일을 해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Labolabour 이름이.. 따로 떼어 놓으면 Lab of labour 잖아요. 노동의 실험실을 의미하는데 노동에 가치를 두는 그런 작업을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