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less 건축은 나은중 유소래 건축가가 운영하는 설계 사무소로 일상에서 발견하는 근본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단단한 건축 유형을 만들어 가고 있다. 건축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문화, 사회 현상의 탐구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공간 프로젝트를 병행하면서 건축의 유동성을 실험하기도 한다. 실리콘 반투명 표피로 만든 The Door 프로젝트는 문 너머의 공간이 어렴풋이 비쳐져 공간 간의 경계 또한 달라진다. 하나의 선을 이어 아이들의 놀이터라는 재미있는 공간을 그려낸 루프루프 (Roop Loof) 프로젝트, 동화고 삼각학교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건축 프로젝트들을 병행하고 있다.
네임레스 건축은 김수근 건축상 프리뷰상, 미국 건축연맹 젊은 건축가상, AIA 뉴욕 건축가협회 대상을 비롯해 다양한 상을 수여한 바 있다.
The Door 작업은 경계를 의미하는 ‘문’에 대한 작업이다. 건축가는 ‘열림과 닫힘’, ‘안전과 프라이버시’ 그리고 장소를 규정하는 경계로써의 문의 성질에 대해서 얘기한다. The Door의 실리콘 문은 그 형태를 볼 때 문 너머로 보이는 사람의 불투명한 실루엣이 한지의 얇은 종이가 주는 감각을 떠올려 우리나라의 전통문을 닮았지만, 네임레스 건축에 의해 현대적으로 재해석 된 작업이다.
“문은 처음 건축을 접하는 기본 요소인 것 같아요. 문은 그 너머의 장소를 함축하고 상징하기도 하는 매개체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건문을 마주하기 전에 마주하는 것은 파사드일 수 있지만, 방문자와 거주자가 닿게 되는 지점은 문이라는 요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정되거나 딱딱한 문보다는 유연한 경계를 만들 수 있는 문에 대해서 생각을 했습니다.”
문은 벽과 평행하게 위치해 있는데, 벽은 고정된 시스템이라 한다면 문은 공간을 막고 있지만 필요에 의해서 열리기도 하고 안과 밖의 소통을 만들어내는 도구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지금 우리 시대의 문은 안전성과 딱딱함에 집착을 하는데, 예전에는 오히려 목재로 되어 있고 또 문 사이의 자연스럽게 틈이 생기면서 그 틈을 통해서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딱딱하기 보다는 유연한, 소통할 수 있는 여지를 더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문을 만들면서 전통문이 가지고 있는 그런 성격이나 여유로움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전시 인터뷰 영상
동화고 삼각학교는 2015년에 완공된 남양주에 위치한 고등학교로 ‘삼각형’을 그리는 기하학 형태의 세 면이 각자 마주하는 공간적 성격이 다르다. 북쪽에는 학교 운동장이, 동쪽에는 뒷 산을 그리고 서쪽에는 기존의 학교 건물을 마주한다. 하나의 형태를 그리지만, 세 면은 다른 재료로 구성되어 서로 다른 관계를 형성한다. 건물의 정면은 투명한 유리 파사드인 반면에, 중학교를 마주하는 서쪽면은 폐쇄적인 콘크리트로 거리를 둔다. 그렇게 삼각형의 둘레를 그리며 나뉘어진 공간의 가운데 위치한 중정으로 서로 다른 관계를 그리는 공간들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