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제는 제주도의 로컬 문화를 소개하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다. 제주도(Jejudo)를 거꾸로 쓴 오두제(Odujej)라는 이름에는 제주의 문화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브랜드의 의미가 담겨있다. 서울에서 초상 사진관을 운영하다 제주도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진가 정지솔은,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친근하지만 새로운 제주도의 문화를 일상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제주스러운 오브제를 만들고 있다.
오두제가 만드는 물건은 가장 지역적인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새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흙, 돌과 같이 자연을 담아 따뜻함도 묻어 있다. 돌이 많은 제주도에서 작은 돌을 듬성듬성 쌓아 놓는 ‘머들’은 오두제의 시선으로 볼 때 가장 제주스러운 문화다. 이 머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머들 크레용은 제주 전역을 다니면서 채집하고 고른 돌의 형태로 본을 떠서 만들었는데, 네 개의 돌로 구성되어 하나하나가 제주도를 대표하는 모습이다.
허벅은 가장 원초적인 재료인 불과 흙으로 만든 제주 옹기다.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지만, 무엇보다 물을 담아 나르는 데 쓰였던 허벅은 이제 쓰임이 없어진 옛 물건이 되었다. 오두제는 허벅의 전통 제작 방식은 고수하면서 불필요한 용도는 덜어내 김경찬 작가와 협업하여 만들었다. 흙으로 빚어낸 투박한 아름다움은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만큼 견고한 형태와 재료가 깊은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어떻게 오두제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원래는 서울에서 초상 사진관을 운영하다 우연한 계기로 오두제를 시작하게 됐어요. 일반 사진관과는 다르게 150년 된 옛날 카메라를 복원해서 한 컷을 찍는데 1분, 10분 걸리는 사진을 찍는 곳이었어요. 그러다 제주도에 관심이 생겼고, 제주도의 문화를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소개하는 브랜드가 아직 없는 것 같아서 오두제를 만들게 됐습니다.
오두제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두제(Odujej)는 제주도(Jejudo)를 거꾸로 쓴 말이에요. 제가 사진을 했을 때 관점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어요. 똑같은 걸 다르게 보는 방법에 관심이 많았는데, 제가 알게 된 제주도가 제가 알던 제주도와는 너무 달라서 제주도인데 제주도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름을 찾다 보니까 오두제라고 짓게 됐습니다.
오두제를 시작하면서 머들 북과 머들 크레용을 제일 먼저 만들었어요. 제주어로 밭에서 나온 돌을 모아 쌓은 돌무더기를 뜻하는 머들 문화에 굉장히 꽂혀서 이 머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강했거든요. 머들을 은유적으로 알리는 게 머들 크레용이라고 한다면 직접적으로 알리는 게 머들 북이에요. 원래 제주도 돌을 반출하는 건 금지되어 있는데, 제주도 안에서 돌아다니는 건 문제가 없어서 300, 400개의 돌을 제주도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주웠어요. 그중에 제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있는 네 개의 돌로 거푸집을 만들어서 안료와 크레용을 넣어 머들 크레용이 만들어진 거예요.
머들 크레용의 모양과 색은 어떻게 정해졌나요?
머들 크레용은 실제로 제주도에 있는 네 가지 돌을 아카이빙 한거예요. 선돌은 선녀를 기다리다 돌이 됐다는 섭지코지의 슬픈 돌과 닮게 석공과 협업해서 만들어진 형태예요. 듬돌은 제주의 힘자랑 문화인 듬돌을 가장 잘 상징하는 형태로 만들었어요. 제주도에는 마을마다 듬돌이 놓여 있었는데 돌이 크면 그만큼 마을에 힘이 장사인 사람이 살고 있다는 의미여서 힘을 과시할 수 있었어요. 우리 마을 청년이 힘이 세면 다른 마을 가서 괜히 듬돌을 옮겨 놓으면서 힘자랑을 하기도 했고요. 화산돌은 화산섬인 제주도에서 가장 제주다운 돌을 골랐어요. 마지막으로 화산 송이로 많이 알려진 송이는 가벼운 돌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이에요. 이렇게 제주도의 유명한 네 가지 돌을 아카이빙해서 머들이라는 형태로 쌓을 수 있도록 깎아서 만들었어요. 머들 크레용 미니 같은 경우는 제주 풍경을 기억하려고 제주의 상징적인 색을 담아 만들었어요.
2년밖에 안 되긴 했지만 살아보니까 제주도는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는 섬이에요. 그만큼 서로 도우면서 끈끈하게 살아가는 라이프 스타일이 형성됐는데, 머들의 모양이나 듬성듬성 쌓여있는 모습이 제주 사람들과 닮았다고 생각해서 그 문화를 알리고 싶었어요.
머들북의 어떤 과정으로 완성됐나요?
머들북을 작업하는 데는 삼 개월 정도 걸렸어요. 자료를 수집하고 이야기를 쓰고, 일러스트를 그리는 모든 과정이요. 책에 들어가는 그림은 제 밑그림을 바탕으로 일러스트 작가분이 다시 잘 그려주신 거예요. 돌에 관한 이야기는 도서관에 가면 자료가 잘 구비 되어 있어요. 그 자료를 첫 번째로 모았고 돌이 있는 곳 옆에 석판으로 이야기를 새겨 놓은 경우가 많아요. 찾은 자료와 석판에 새겨진 이야기를 대조하면서 더 알려진 버전을 선택하기도 하고 시대에 맞지 않은 이야기는 덜어내기도 했어요.
표지 같은 경우는 한라산의 영실 바위를 그린 건데요. 한라산의 영실기암에 가면 기암괴석이라고 하는 돌이 오백 개가 있어요. 돌산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런데 거기에 제주도의 창조신인 설문대할망의 아들들이 돌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거든요. 이 책이 머들 대모험이니까 제주도의 돌 문화 모험을 떠난다는 걸 상징하는, 스케일이 가장 큰 이야기를 표지 그림으로 정하게 된 거죠.
허벅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제주도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오브제를 찾다가 허벅을 알게 됐어요. 사실 저희를 크레용 브랜드로 알고 있는 분이 많아요. 크레용 회사가 아닌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라는 걸 알리고 싶은 이유도 있었어요. 원래 허벅은 크기가 큰데 제주도에는 작은 허벅을 선물하는 문화가 있어서 작게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주도 옹기가 특별한 게 흙이랑 불만 가지고 만들어서 자연 그 자체라는 거예요. 여기에 사용되는 흙이 제주도에서만 나는 화산 회토라는 흙이고, 그걸 구워내는 석유라는 가마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주도에만 있는 돌가마에요. 그래서 허벅은 굉장히 특별한 물건인데 잘 안 알려져 있어요. 주병은 김경찬 작가가, 작은 잔과 고블렛 잔을 오두제가 디자인 했어요. 고블렛 잔은 뒤집었을 때 허벅의 작은 잔과 같은 형태를 만들고 싶었는데, 균형을 잡는데 조금 불안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받침도 생기게 됐어요.
동자석 같은 경우는 번호가 있어요.
제주도에 동자석이 이십 년 전부터 대대적으로 반출됐어요. 한마디로 도둑맞은 거죠. 원래 동자석은 망자의 무덤을 지켜야 하는 돌인데 사람들이 훔쳐가니까 이제는 모두 박물관에 소장되고 있어요. 남아있는 개체수를 세어보니까 250개밖에 남지 않은 거죠. 그래서 그 문화를 잇고 새로운 동자석을 만들어 보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예요. 제주도에 동자석이 250개 남아 있으니까 오두제가 251번부터 시작해서 500번까지 만들자 해서 이번에 310번까지 나올 예정이에요.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나요?
진작부터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이 감귤 달력이에요. 제주도에 사니까 감귤이 사시사철 옆에 있어요. 제주도에 사는 분들은 감귤이 초록색으로 시작해서 하얗게 꽃을 피우고 추워지면 노랗게 바뀌는 모습을 다 보거든요. 그 세밀한 변화를 보는 것이 제주도에 사는 큰 낙 중에 하나더라고요. 서서히 색이 변해가는 감귤 달력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비용 견적이 너무 많이 나와서 일단 포기 하고 있습니다.
해보고 싶은 또 다른 프로젝트로 배방선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것도 제주도에만 있는 문화에요. 제주도에 신이 굉장히 많은데 그중에 가장 큰 창조신인 설문대할망과 제주도에 씨앗을 뿌려주는 바다와 바람의 신 영등할머니가 있어요. 신이 오는 기간을 신구간이라고 해서 하얀 배를 만들어서 밥을 예쁘게 쌓아 바다에 불을 붙여서 배에 태워 보내는 문화가 있거든요. 거기에 쓰이는 배가 배방선이에요. 배방선으로 왜 제주도에 신이 많은지 너무 토테믹하지 않게 문화로 푸는 방법이 있다면 제가 해보고 싶어요.
이제는 제주도에 살고 계시지만, 마지막으로 서울을 정의해 본다면요?
저한테 서울은 떠나온 곳이에요. 떠나고 싶은 곳이라는 의미인 것 같아요. 서울은 팬시함이 강한데 한강다리를 지날 때 느끼는 딱 그런 느낌 같아요. 세련되고 눈에 띄고 사람들이 많은 곳이요. 그런데 제주도는 그런 팬시함과는 반대에요. 저는 세련된 시골이라고 정의하는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