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식물은 눈이 따라가는 선의 형태가 아름다운 식물을 만든다. 나무의 모양, 뿌리, 가지, 잎이 이루어 만드는 모습을 ‘수형’이라고 하는데, 위로식물이 만드는 식물의 수형은 화분 안에서 하나의 풍경을 그리며 그만의 온전한 세계로 담긴다.
하종진은 뉴욕에서 패션일을 하다가 우연히 분재를 배우게 되는데, 식물을 만지면서 ‘나’와 ‘식물’에 집중하며 마음이 치유되는 시간을 공유하고 싶어 위로식물을 시작하게 된다. 그가 만지는 식물의 아름답게 뻗은 선의 굴곡, 투박하게 놓인 그루터기와 가지 위로 달린 푸른 잎은 공간에 놓여 하나의 장면을 만든다. 평범함보다는 오랫동안 극단적인 환경에 노출된 나무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전통 분재 형식과 선이 자유롭고 유려한, 위로식물만의 색이 담긴 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위로식물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원래는 패션 디자인을 전공해서 뉴욕에서 일했는데, 타투에도 관심이 많아서 타투 아티스트로 작업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패션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일해야 하는 직업이라서 그 부분에 대한 힘듦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한국에 와서 분재를 시작하게 됐는데, 너무 좋았어요. 분재를 하면 온전히 나한테만 집중할 수 있고, 흙과 풀의 냄새를 맡으면서 어지러웠던 생각도 정리되고, 위로받는 힘이 컸거든요. 그렇게 식물을 다루면서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알려드리고 싶어서 위로식물을 시작하게 됐어요.
분재에 매력을 느낀 이유가 있나요?
보통 화분은 식물을 담아 곁에 데려온다는 의미가 있다면 분재는 자연 그대로의 절경을 담거나 원하는 의도대로 미적인 아름다움을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곁에만 두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가의 의도가 담기는 거죠. 분재에 자연의 미를 그대로 가져올 수 있다고 했는데, 미적인 아름다움은 평범함보다는 특별함에서 더 많은 끌림을 느낀다고 생각해요. 자연에서도 절벽같이 극한 환경에서 살아온 나무라든가, 건조하거나 바람이 세거나 한 척박한 환경에서 몇 백 년을 자란 나무들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것이 분재의 매력이에요.
분재를 완성할 때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완성보다는 완성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계속 관리를 하면서 완성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가까워요. 예를 들어 굽은 모양의 형태를 만들려면 지금 굽혀주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 가지가 하늘하늘하고 아직 목질화가 되지 않았을 때 가지를 굽혀주면 그 상태로 자라면서 굵어지는데 가지가 뻗어 나가는 방향에 따라 필요 없는 부분은 정리를 해주면서 형태를 잡아가요. 분재는 하나의 생명이기 때문에 형태가 한 번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관리를 잘하면 100년 200년 오래 같이 할 수 있는 점이 좋아요.
특별히 더 좋아하는 형태나 나무의 종류가 있을까요?
좋아하는 나무의 형태는 현애형이라고 하는데요. 가지가 위로 자라다 아래쪽으로 뻗은 형태예요. 그런 현애형의 미가 잘 표현되는 나무가 향나무라고 생각해서 향나무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전통적인 분재 형식과 함께 곡선이나 선이 아름다운 분재의 느낌도 좋아해요. 처음 위로식물을 시작하면서 저의 장점이 뭘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름다운 수형이라고 생각했어요. 관엽식물을 심을 때도 분재의 형태로 다듬거나 그루터기를 많이 노출해서 그 아름다움을 같이 감상할 수 있는 식물을 만드는 것이 위로식물의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분재가 공간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요?
분재에는 ‘색’이 있다고 생각해요. 분재는 식물을 넘어서 하나의 예술 작품이자 하나의 오브제라고 생각하는데, 그 자체가 자연의 풍경을 그대로 표현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삭막할 수 있는 공간에도 분재를 하나 올려놓으면 공간에 색을 입히고 활기를 띠는 것 같아요.
분재가 놓일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이 있다면요?
늘 마주치는 공간, 그리고 환경적으로 나무가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분재는 항상 돌봐주고 다듬어줘야 하고, 목이 마른지 항상 흙을 만져줘야 해서 저의 시선이 항상 머무는 공간에 있어야지 생활리듬을 맞춰가며 함께 성장할 수 있어요. 그래서 ‘항상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공간’이 분재를 놓기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작업실을 여기에 자리 잡게 된 이유가 있나요?
여기가 도심이잖아요. 분재를 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식물이 잘 자라기 위한 햇빛과 환기였어요. 그래서 창이 넓고 환기가 잘 되는 환경을 가장 중점적으로 봤어요. 오래 돌아다닌 끝에 좋은 공간을 찾아서, 양재동이란 조용한 동네에 자리 잡게 됐어요.
마지막으로 도시 서울을 정의한다면요?
서울은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항상 변화하는 곳이라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안에 산도 있고, 강고 있고. 다른 도시보다는 좀 더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어요. 한국은 뭔가 빨리빨리 변하잖아요. 거리의 분위기도 항상 바뀌고 뭔가 있었다가 사라지고 그 속에서 사람들이 옮겨 다니고 – 그렇게 빠르게 흘러가는 모습이 서울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서울에서 좋아하는 장소가 있나요?
양재동을 제일 좋아해요. 제가 계속 있었던 곳이기도 하고, 도심이랑 가까우면서 자연과도 가깝고, 공원도 있고, 산도 멀지 않은 복합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도 뒤에 있는 양재천이거든요. 그 주변을 보면 굉장히 높은 빌딩도 있고, 주상복합단지도 있는데, 양재천이 없으면 삭막한 도시의 느낌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양재천이 흘러서 답답하지 않아요. 그리고 오랫동안 식재 된 나무들도 많아서 자전거를 타거나 나와서 앉아 있으면서 일상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 곳이에요.
@ouiro_pla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