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nny Son은 ‘Hand Scale’이라는 주제로 일상에 사용되는 소도구들을 만들고 있다. 작지만 책상이나 식탁 위에 놓여 집 안 풍경을 구성하는 그의 작업은, 장식적인 기교는 배제된 채 자신의 기능에 충실하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형태로 섬세하게 세공된다. 공예와 디자인, 조각의 경계선에 놓인 Kenny의 작업은 생활에 필요한 하나의 도구이자 시간을 오래 담아둘 수 있도록 단단하게 만들어진 소중한 오브제이기도 하다. 금속공예와 오브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2013년부터 시드니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Studio Kys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
작업을 소개해주신다면요?
우리의 생활과 일상에 도움이 되는 오브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시드니대 미술학교 (Sydney College of Arts)에서 금속공예 전공으로 학사 졸업을 하였고, 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에서 오브제 디자인 석사 전공을 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하는 작업을 100% 공예 또는 100% 디자인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어려울 것 같고, 그 두 가지 분야를 접목해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 소개를 할 때는 딱히 ‘타이틀’ 없이 무엇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현재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오브제들이 식탁이나 책상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물건들이라서 작업 결과물이 그 주변에서 쓰이는 물건들입니다. 작업이 장수 (longevity)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일 중요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 작업이 장수 할 수 있는 것은 기본과 기술에 충실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되면 생각과 마음에 있는 작업을 조금 더 쉽게 그리고 잘 할 수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그런 기억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뭘 손으로 만드는 것이 좋아서 시작하게 된거고 그러면서 지금까지 배우고 익힌 지식과 기술로 제 생활을 조금 더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을 만들 수 있다면 조금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았어요. 일상적인 생활이나 행동을 조금 더 의미 있거나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나만의 도구로 만들 수 있다면, 조금 더 장수할 수 있는 그 소중한 무엇이 탄생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어떤 형태에서 ‘아름다움’을 느끼시나요?
그 작가의 시간이 느껴지거나 볼 수 있는 작업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말하는 시간은 작가의 기술적인 고려와 디자인의 조율을 뜻합니다. 이것들이 존재하지 않는 작업은 곧 우리의 삶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작업이 ‘도구’로서의 기능이 있지만 형태는 조각을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작업에서 보이는 형태들은 특별하지 않은 것들입니다. (팔각-육각-둥근형-사각 등등) 굳이 필요가 없다고 느껴지는 기능, 색 또는 형태를 제거하고 재료, 기술 그리고 본 기능에만 충실해서 만들다 보면, 말씀하시는 ‘조각’ 이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 오브제의 형태 그리고 기능 외에는 방해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죠.
비녀 작업이나 Intimacy&Crafts exhibition을 위해 만든 작업은 현대적이면서도 한국 전통 공예가 떠오릅니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전통 기법의 영향을 받았는지도 궁금합니다.
한국의 전통 금속공예의 풍이 느껴지는 작업은 저의 스승님이신 금속 공예 백동 명장이신 조성준 선생님 영향이 큽니다. 조 선생님께서는 본인께서 터득하신 비법들과 전통 금속공예 기술들을 응용하셔서 작업하고 계십니다. 2014-2015 6개월 동안 Australia-Korea Foundation (호한재단) 장학금 프로그램을 통해서 조성준 선생님께 수업을 받고 그 후로부터 제가 배웠던 내용을 저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 전통 그리고 역사가 잘 전달되어야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공예가들이 장인들을 대할 때 기술적으로 근접하기에 불가능하고 무의미한 무엇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 전통 기술을 응용해서 현대에 어울릴 수 있는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역사와 전통을 전달하고 또 간직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런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후에 계획 중이거나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나요?
앞으로는 조금 더 큰 작업을 하고 싶은 생각과 계획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Hand-scale 이라는 주로 책상 또는 식탁 위에서 볼 수 있는 작업을 해왔는데, 얼마 전부터 가구 작업을 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아직 잘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써는 가구 작업을 하는 동료들과 많은 대화와 만남을 가지면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6월에는 한국 청담동에 있는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서재’라는 공간을 주제로 준비 중인 개인전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시 서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면요.
1996년도부터 호주 생활을 해 온 저는 서울에서보다 호주에서 더 긴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잠시는 괜찮아도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저에게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조금은 산만하기도 하고 냉정하게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타국에서는 찾기 어려운 ‘정’이라는 것 때문에 외국에서 살면서도 한국 또는 한국적인 것을 계속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좋아하는 곳은 을지로 3가 어느 뒷골목에 있는 ‘만선호프’ 라는 노가리-맥주집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잘 안 가는 곳이에요. 저도 저의 스승님이신 조성준 선생님께서 데려가 주셔서 알게 된 곳이에요. 만선에서 맛볼 수 있는 생맥과 노가리 그리고 그 특유의 노가리 고추장 소스는 중독성이 매우 강한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맛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