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에 있어서 개성이란 매력과 특별함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천연염색의 색상이 그러하다. 같은 색을 얻을 수 있는가 하고 묻는다면 단호히 아니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천연직물의 탄생의 배경이 되는 토양과 기후, 키우는 조건이 그날그날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몇 l에 몇 g, 몇 % 등은 별로 의미가 없다. 자연의 신비는 꽃잎 하나하나에 그런 숫자로 색을 키우지 않기 때문이다. 진하게 얻고 싶을 때는 반복하면 되는 것이다. – 최옥자
화창한 봄날 빛깔이 고와 탐이나는 꽃잎의 진함과 푸르름. 그 색을 담아내는 천연염색은 시작부터 마무리 작업까지 자연을 재료로 하여 완성된다. 직물 또한 천연 직물을 사용하고 색이 죽어버리기 때문에 화학정련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염색 과정에서 중요한 재료로 쓰이는 알칼리 성분도 벼나 콩, 쪽 대나 나무 재 같은 자연으로부터 채취된 것을 사용해야 하는데 – ‘낮에는 태양을 밤에는 달빛과 별빛을 먹고 키워지는 모든 생물은 태웠을 때 염색에 필요한 알칼리를 보유한다’고 하니 전래동화의 한 소절이라도 읽는 듯한 기분이다. 천연 염색으로 물든 색은 천 년을 두어도 바래지 않는데 그 고운 빛깔만큼이나 손이 많이 가고 장인의 정성을 필요로하는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 ‘전통으로 탄생되는 천연색’은 우리나라 쪽염색 명장으로 활동하고 계시면서 천연색의 아름다움을 지키고자하는 최옥자 선생님의 저서다. 염색 과정을 사진과 함께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이 도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쪽(indigo)은 1년생 마디풀과에 속하는 식물로 잎에서 청색 색소를 갖고 있는 염재 식물이다. 약제로서는 청열해독제이고 혈연을 식히고, 반진을 없애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인류가 지혜롭게 발명해 낸 염색재료의 염재 가운데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절차를 필요로 한다.”
– 인디고라고 부르기도하는 쪽의 푸른빛은 그 고운 빛깔과 청아한 푸르름이 아무리 바라보아도 실증이나지 않는다. 천연염색 재료 가운데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절차를 필요로 하는데, 항아리에서 발효와 숙성이 이루어지는 기간만 보통 3개월 정도가 걸린다. 처음에는 노란빛을 띄는 천을 밖으로 꺼내면 산소와 만나면서 초록빛으로 변하고 이 초록 천을 물에 빨면 비로소 쪽빛이 나오는데, 이 과정(노란빛 – 초록빛 – 쪽빛)을 차례로 밟아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쪽빛이 나온다고 하니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쪽 염료는 쪽 독(항아리)에서만이 발효와 숙성을 이루어낸다. 설혹 발효가 되었다 하더라도 숙성의 긴 시간이 없으면 물발이 서 주지 않는다. 이 발효와 숙성의 기간을 3개월로 계산하면 언제나 PH는 11을 유지하여야 한다. 이를 견디어 내며 온도를 유지시키는 가장 마땅한 기구가 흙으로 구운 항아리이다.”
– 천연 직물을 사용하여 색을 내는 천연염색은 이를 담아내는 그릇도 장인이 정성들여 흙으로 구워낸 항아리만이 사용된다. 오랫동안 물을 담아두면 썩어버리는 플라스틱 그릇과는 다르게 항아리는 흙으로 짜여진 미세한 구멍으로 숨을 쉬기 때문에 아무리 오래 담아두어도 물이 썩지 않는다. 오랫동안 같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장인의 손에서 제대로 구워진 항아리만이 그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옛 사람들은 붉은 계열의 색을 열거하면서 염액의 농도, 횟수, 기능의 여건에 따라 앞쪽에서 열거한 색상 외에도 분홍, 번홍, 정홍, 비흥, 다홍, 대홍이라고 했다. 노랑저고리에 다홍치마를 입고 섬섬 옥수를 모으고 있는 어린 처녀들의 옷은 홍화색의 연출이었다. 맑고 깨끗하며, 따뜻하고 정겨운 색을 연상할 때 분홍 저고리, 노랑 저고리를 연상하게 되고 그 색의 근원은 홍화에서 얻을 수 있었다. 그 연하고 상큼한 향기까지도.”
– 다양한 색을 얻기 위해 기본이 되는 삼원색인 빨강, 노랑 파랑. 푸른 빛을 내는 쪽과 함께 홍화는 빨강과 노랑, 두 가지 기본색을 보유하고 있어 천연염색에서는 매우 중요한 재료다. 홍화라는 꽃 자체가 처음에는 노랑색이였다가 붉은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색을 들이려면 그 때마다 노랑색과 붉은색을 채취해 분리해 놓아야 한다. 색을 내기 위해서는 꽃잎을 단지에 넣고 물을 부은 후 양지에 보관해 둔다.
참고 도서 / 사진 출처 – <전통으로 탄생되는 천연색>, 발행일: 2010년 10월 1일
제작: 전통예절진흥회(전통천연발효염색연구소) 기획: 최옥자, 디자인: art publication design GO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