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목욕탕은 새벽 일찍 문을 열어.
가끔 새벽에 오면 의외로 사람이 가득해.
새벽 일 나가시는 사람들이나 그때 일을
마치고 귀가하기 전에 몸을 씻는 사람들이지.
아, 이렇게 열심히 사시는데 나는
뭐가 그렇게 힘들었나 싶기도 하더라고.
서울을 살지만, 그 시간 만큼은 고향에
온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이랄까.
목욕문화는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겠지만, 지금의 시설을 갖춘 ‘대중목욕탕’은 1924년 평양에서, 1925년 서울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목욕문화의 대중화는 삼국시대에 들어온 불교의 영향이 컸는데, 불교에서는 목욕을 세속을 털어내는 중요한 의식으로 여겼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많이 하기도 했고 또 중요하게 여겼다. 실제로 신라 시대에는 절에 대중목욕탕 시설이 갖춰져 있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는 유교의 영향으로 옷을 벗는 것을 천하게 여겨 대중목욕탕이 사라지게 되는데, 그 때문에 옷을 입고 목욕을 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일제강점기(1910-1945)에는 일본식 목욕탕 문화가 들어오면서 집마다 욕조가 없었던 당시의 상황과 맞물려 대중목욕탕이 발달하게 된다.
최근 20년간 서울에 있던 많은 대중목욕탕이 사라졌는데, 1997년에는 그 수가 2202었던 숫자가 2018년에는 967군데 밖에 남지 않았고, 그 중에 30년 이상 된 대중목욕탕은 132군데 밖에 되지 않는다.
디자인 스튜디오 6699프레스가 출판하고 포토그래퍼 박현성이 촬영한 – 30년 이상 된 서울의 목욕탕 사진을 모은 책 ‘서울의 목욕탕’은 오래된 목욕탕 열 군데에서 촬영되었다. 많은 목욕탕은 현대 시설물을 갖추면서 새로운 흐름에 맞춰 대형화 됐다면 이 오래된 목욕탕들은 세월에 맞서 여전히 옛 풍취를 간직한 몇 안 되는 장소로 남아있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6699press는 2012년부터 긴 호흡을 가진 글에 귀 기울이는 출판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 사회 변방의 대상화된 소수자에 대한 취재가 아닌, 그들의 진실한 목소리를 독자가 직접 들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다.
우리 삶 안에서 시대의 변화를 함께 견뎌 온 목욕탕을 찾고, 언젠가 사라질지 모르는 당대의 장소성을 기억하는 것이 종요롭다고 생각했다. 오래된 목욕탕을 새로이 살펴보고, 견딤이 축적된 현재를 기록하는 것. 그렇게 서울에 30년 이상 된 목욕탕을 찾아다녔고 장소의 고취와 이야기를 사진에 담고자 했다.
이 책에 있는 목욕탕도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책의 바람이 있다면, 빠르게 변모하는 차가운 서울에서 각 장소 고유의 질감과 기억을 따라 30년 이상 견디며 온기를 축적해온 목욕탕에 관한 수집이자 도시를 읽는 다양한 시각 중 하나가 되길 바란다. 또한 가까이에 있던 존재가 기억 속으로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서울의 따뜻했던 곳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서울의 목욕탕은 6699press에서 출판되었다. 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