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소비의 시작,
전등에 불이 켜지고 오브젝트의 바쁜 하루도 시작된다. 아직 문 한번 닫아 본 적 없이 바지런한 오브젝트의 선반 위에는 젊은 작가들이 고심한 흔적으로 가득하다. 일종의 컬렉트 샵인 셈인데 유명한 디자이너보다는 젊고 참신한 디자이너를 더 선호하고 – 진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도 많다.
‘오브젝트 생활 연구소’는 말 그대로 일상에 사용되는 사물思物(생각에서 비롯된 물건)을 탐구하는 곳. 그 탐구의 과정이자 결과물이 홍대와 삼청동에 위치한 가게 선반을 가득 채운다. 롱라이프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는 오브젝트는 신문을 가져오면 전구들 달아 조명으로 만들어 주기도 하고, 직접 기획해서 만든 종이 가방은 필름 인화지를 담았던 검은 비닐을 재사용해 만들었다. 가게 곳곳에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다. 귀퉁이로 눈을 돌리면 ‘물물교환’이라는 코너가 보이는데 누군가가 사용했던 – 평범하지만 평범치 못한 –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사실 물물교환이라는 것이 의외로 생소하다. 간단한 일인데도 묘하게 약간의 용기를 필요로 한다. 더 이상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있다면 데려와서 다른 물건과 교환해 가자. 현명한 소비란 참여가 필요한, 조금 더 적극적인 소비가 아닐까.
– 오브젝트는 쇼핑백을 새로 만드는 대신 이미 사용했던 종이가방에 동그란 오브젝트 스티커를 붙여서 거기에 물건을 담아준다. 집에 남는 쇼핑백이 있으면 가득 모아 카운트에 가져다주면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인터뷰
까이에 드 서울:오브젝트 생활연구소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유세미나: 말 그대로 생활에 관계되는 물건들을 연구하는 곳이에요. 지금 사용하시는 볼펜처럼 생활 가까이에 있는 것들이요. 계속해서 필요한 부분은 바꿔가고 있지만 본질적인 부분은 항상 그대로인 것 같아요. 롱라이프 사물에 초점을 두는거에요.
까이에 드 서울: 가게에 들어오는 작가분들의 작업은 어떻게 선택되나요?
작가분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보면 자신이 만든 작업에 대한 태도가 얼마나 절실한지, 하는 일에 얼마나 몰두해 있는지가 자연스럽게 느껴져요. 디자인이 좋아도 그냥 호기심에 가벼운 마음으로 하시는 분 보다는 이런 절실한 분들에게 더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은 정말 무궁무진하게 발전하시거든요. 그런것을 보는 일이 즐겁기도 하고요. A랜드나 상상마당 같은 곳에 들어가는 물건을 디자인 하시는 분들은 이미 입지가 많이 다져진 분들이시잖아요. 오브젝트는 처음 시작하는 디자이너 분들의 작업을 더 위주로 받고 있어요.
아무리 좋은 물건도 소비자와 소통이 되지 않으면 그냥 방치되고 결국 버려지는 경우가 많죠. 가치 있는 물건이라도 결국에는 쓸모 없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아요. 오브젝트가 그 작가와 소비자의 연결 고리인만큼 물건 하나하나가 어떻게 놓여지는지, 그런 세세한 것에도 굉장히 많은 신경을 써요. 셀러 분들이랑 같이 연구도 하고 디자인도 함께 하는 경우도 있죠. 서로 솔직하게 털어놓고 크리틱도 많이 하는 편이라 셀러 분들을 울리기도 하는데 그러면서 정도 더 드는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있는 악세서리도 다 오브젝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거에요. 이렇게 직접 써봐야 그 사물을 잘 이해할 수 있거든요.
까이에 드 서울: 재활용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머니께서 재활용이 생활인 분이셨어요. 가정교육이 중요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죠. 구멍이 나서 사용하기 힘든 고무장갑은 얇게 잘라 고무줄로 쓰기도하고 페트병도 그냥 버리시는 일이 없었어요. 저한테도 재활용이 생활의 일부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오브젝트가 리사이클, 롱라이프 얘기를 하면서 왜 그렇지 않은 물건도 판매하냐.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저희 가게 물건이 모두 재활용 품은 아니지만 디자이너 분들과 얘기를 나눌 때 재활용을 이용한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 같이 고민도 많이해요. 오브젝트에서 만든 가방 같은 경우 필름 인화지가 들어있는 검은 봉투를 재활용해서 만들었어요. 종이 가방인데 저도 사용하고 있거든요. 비오는 날 들고 나가기도 했는데 아직까지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라는 컨셉이 있었나요?
‘사람이 인테리어다.’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전면을 다 통유리로 만들었어요. 밖에서도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도 보이게 되잖아요. 가게에 사람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되요. 한마디로 사람이 인테리어인 셈이죠. 그 외에도 물건들이 잘 보이게 가게 내부 동선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요.
홍대 매장과 삼청동 매장에 차이가 있나요?
아무래도 홍대 매장이 훨씬 더 넓기 때문에 작업을 담기가 좋아요. 삼청동 매장은 아무래도 좁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브젝트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구나, 그런 생각을 했죠. ‘물물교환’ 같은 경우 홍대 매장이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요. 아무래도 헌 물건을 사용한다는 개념 자체가 젊은 분들이 많은 홍대에서 더 잘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면요?
꼭 서울이어야 하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제가 자란 여주가 좋아요. 정말 흙이 많은 깡촌에서 할머니와 자랐거든요. 이번 여름 굉장히 더웠잖아요. 지인들한테 그게 다 흙이 없어서 더운거라고 얘기해요. 흙을 밟고 자라는 것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 가게 한켠에 자리한 물물교환 코너. 선반을 들여다보면 노란색, 초록색, 붉은색으로 구분되어져 있다. 물물교환을 하는 방식은 교환하고 싶은 물건을 가져와 카운트에 보여주면 색에 따라 좋은 물건 보통 물건으로 구분되어 그 색 안에서 교환이 가능하다. 원래는 ‘양심에 맡깁니다.’라는 타이틀로 운영을 하다가 이번에는 색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새로 바뀌었다.
홍대점 :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00-1
삼청점 : 서울시 종로구 재동 11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