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그렇고 참 아무것도 없는 방이네. ”
“마음이 차분해져, 이런편이.”
여행하는 내내 안동행 버스 안에서 읽었던 소설 속 한 문장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평범한 대화 내용이였는데 왠지 모르게 오래된 한옥집을 떠올린다. 아무것도 없는 방. 차분해지는 마음. 오래된 툇마루에는 크고 작은 창이 나있어 시선은 뒷뜰의 풍경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시골한옥은 한적하다. 마루만하더라고 가구를 조금 올려놓아도 금세 풍경을 가려버리기 때문에 뭔가를 채워넣기 보다는 빈 공간에 드러누워 그저 풍경만 바라보고 싶은 마음. 앞마당이 활기찬 분위기라면 한옥을 통해 바라보는 뒷마당은 조용하고 차분하다. 거기에 한 줄기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 가을 날씨에 커다랗게 펼쳐진 토란 잎이 드문드문 흔들리는데 그 정경이 간소하면서도 풍요로와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안동 하회마을은 유수한 경관으로 유명하다. 곡선을 그리는 낙동강 줄기가 마을을 부드럽게 원형으로 그려내고 있다. 풍산유씨의 동족마을인 이곳은 물 위에 연꽃이 떠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이라고 부른다. 낙동강 줄기를 따라 걷다보면 은은하게 수평선을 그리는 모래사장이 울창한 노송림에 둘러싸여 있어 한없이 수직선을 그리기도 하고 – 모래밭 너머 얕은 수면을 작은 배가 왕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