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의 부엌. 보통의 가게들처럼 왁자직껄한 거리가 아닌 한 발짝 뒤로 물러난 골목길에 위치해 있다는 것 자체가 이 흰 콘크리트 건물에게는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가게 문을 열었을 때의 그 시끌 벅적한 분위기가(청각적이 아니라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누구나 맥주를 병 째 들이키면서 가벼운 기분으로 식사하기에 이상적으로 비춰진다. 우리는 아코올에 너그러웠다. 해가 중천에 떠있는데도 식사하는데 맥주 한 병이 빠지면 아쉽다는 그런 식이었다. 대낮부터 맥주를 잔에 부었다. 그러면 거품이 넘쳐 테이블 위로 줄줄 흘러 내렸다.
벽에 한 가득 꽂혀있는 일본 잡지들을 보면서 이 가게를 연, 분명 좋은 취미를 가지고 있을법한, 주인의 일본에 대한 광적인 애착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옆에는 한 커플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노란 병아리 색 스웨터를 입은 여자는 사진을 찍는 연인을 위해 쉬지 않고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가슴 큰 서버는 메뉴에 대해 질문할 때마다 잘 모르는 듯이 버벅거렸지만 그건 그거대로 이 장소에 매력을 더해주고 있었다.
층마다 시원스럽게 트여있는 공간때문인지 이 곳에서는 시선의 이동이 재미있다. 등 뒤로 보이는 것은 폐쇄적인 벽이 아니라 활짝 열린 건축 구조물이라서 더 가벼운 마음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언가가 – 아마도 오래된 흰 콘크리트 벽이 – 나를 공장 노동자가 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아기자기하고 예쁜, 행복한 마을의 공장 노동자. 싸움이래 봤자 티격태격하다가 한 명이 울면 다른 한 명이 딸기 맛 초콜렛을 나눠주며 사이 좋게 화해하는 그런 마을의. 알 수 없는 공상이다.
곧이어 식사가 나왔다. 노르웨이 가정식을 시켰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먹음직스러운 연어 두 덩어리가 알맞게 구워져 우리 눈 앞에 놓여 있었다. 짙은 핏빛 살코기가 연분홍색으로 바뀌고 노르스름하게 익어 육즙을 내뿜으면서.
@ 까이에 드 서울
L O C A T I O N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58-50
영업시간 / AM 11 : 00 _ AM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