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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실험한 한옥

한옥을 현대식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많지만 대부분 ‘전통 한옥’의 단단한 틀 안에 머무르기 마련이다. 전통적인 모습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가구만은 서양 것을 들여놓아 이래저래 어색한 공간을 마주하기도 한다. 사진에 보이는 이 대범한 한옥은 이태리에서 온 건축가 시모네카레나씨와 그의 부인 패션 디자이너 신지혜씨의 살림집이다.

‘전통주거’인 한옥을 현대적으로 바꾸려는 시도 앞에서 우리는 왠지 모르게 소심해진다. ‘전통 한옥을 이렇게까지 모던하게 바꿔도 될까. 옛 모습을 그대로 지켜줘야하지 않나.’ – 그러다보니 한옥 그 자체를 현대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해서 변화를 주는 경우는 드물다.  그보다는 그 한옥에 들어가는 가구만을 모던하게 세팅하면서 뉴 한옥의 타이틀을 얻는 것이다. 모토엘라스티코 건축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시모네카레나씨는 이런 두려움을 훌쩍 넘어 우리가 상상하던 ‘새로운’ 한옥을 만들어냈다. 어쩌면 그 자신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객관적인 해석이 더 자유롭지 않았을까.

현재 홍대 국제디자인 대학원 교수이기도 한 그는 학생이 촬영한 삼청동 사진에 반해 지금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알아보게 되었다. 원래는 콘크리트 벽으로 막히고 플라스틱이 덧붙여진, 한옥의 흔적이 많이 사라진 집이었지만 삼청동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그야말로 누구나 탐내는 경관을 지닌 이곳을 그의 손으로 바꿔보기로 결심한다. 그는 이 한옥 집에서 여전히 전통과 미래를 이어주는 공간을 실험하고 있다.  “내가 살기 좋게 한옥을 실험하다.”

 

Interview in english : click here

인터뷰

까이에 드 서울 : 모토엘라스티코의 디자인과 건축 철학에 대해 설명하신다면요?
모토엘라스티코는 엘라스틱 모션 (elastic motion)을 의미해요. A라는 점에서B라는 점까지 갔다가 다시 A로 되돌아오는 일종의 움직임이죠. 불필요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식의 접근이 A와 B 사이를 오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요소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인식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저희한테 A는 튜린,이태리-그리고 저희의 출발점이기도 한 서양식 교육을 의미하고 B는 유라시아 끝에 위치한 서울을 의미해요. (마르코 폴로의 여행에서 제일 끝에 위치한 곳이기도 하죠.)

사무실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저(Simone Carena)와 마르코 부르노는 어릴 때부터 오토바이를 타왔어요. 오토바이를 타고 있으면 마치 제 몸이 확장된다는 느낌을 받아요. 서울에서는 다른 도시에 비해 이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데 일종의 혼성체(hybrid creature)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들죠. 천천히 달릴 때는 거리를 걷는 사람들 속에 섞이고 속도를 내서 달리면 높은 빌딩과 버스 사이를 빠르게 가로지를 수 있어서 익숙한 도시의 풍경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요.
모토엘라스티코의 웹사이트에서도 볼수 있듯이 저희는 굉장히 밝고 공격적인 색상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런식으로 ‘키치 스타일'(kitch approach)을 통해 공간에 접근하면 같은 사물도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또 유행에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새롭게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다시 유행이 되기도 하죠.

어떻게 서울에 오게 되셨나요?
예전에 청각 장애인을 위한 이태리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는데 그 뮤직비디오가 이슈가 돼서 아시아에 초청 된 적이 있어요. 그 때 서울에서 IDAS(현재는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 전문 대학원) 학장님이 저한테 학교 강의 자리를 제안하셨어요.  2000년도였는데 벌써 많은 것들이 변했네요. 일 년 뒤에 Marco도 한국에 왔는데 한국 문화에 반해서 함께 남아 저와 함께 건축 사무소를 열었죠.

서울에 오기 전에는 서울에 대한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셨나요?
한국에 오기 전에 이미 홍콩, 오사카, 동경에는 가본 적이 있었어요. 동경이나 홍콩과는 달리 서울에서는 하드코어적인 면을 느꼈는데 오사카에서도 그런 비슷한 면을 느꼈어요. 오사카도 굉장히 좋아하는 도시예요. 2000년 10월에 김포에 도착했을 때 제 이태리 사무소에서 일하던 디자이너 장효순씨가 서울을 잘 소개해주셨어요. 서울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생각했던 것과 달랐죠. 새로운 것을 발견한 느낌이었어요. 서울에 살면서 최근 12년 동안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중에는 부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여전히 제가 살고 싶은 곳은 서울이에요. 그냥 좋은 곳이라서기 보다는 제가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도시라서요.

살고계신 한옥집이 청동에 위치해 있는데 ‘한옥’을 디자인할 때 가장 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였나요?
이태리에서 디자인을 하다보면 오래된 건물을 복원하는 작업이 지루할 정도로 많아요. 현대식 새 건축물을 디자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하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 반대예요. 역사와 장소 사이의 관계성이 부족한 것 같아요. 서울에서는 건물들을 복원하는 대신 더 큰 박스형 건물을 짓기 위해 오래된 건물들을 부수죠. 로프트나 6층 짜리 낮은 건물은 이제 서울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요.

이 한옥집을 디자인하면서 제 목표는 오래되고 ‘원시적’이면서도 현대에 맞게 살아갈 수 있는 집을 짓자는 거였어요. 사실 한옥은 살기위한 ‘집’보다는 카페, 갤러리 혹은 게스트 하우스로 많이 사용되고 있잖아요. 한국 사람들은 ‘다시 옛날로 돌아가자’라는 식의 주장은 싫어한다는 인상을 받아요. 전에는 한옥에 대한 시선도 부정적이였죠. 아마도 전쟁을 겪으면서 제대로 지어지지 못한 한옥 집들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있어서인 것 같아요. 이제는 한옥이 재발견되면서 삼청동은 항상 사람들로 붐비고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동네가 됐죠. 여행객들이 좀비처럼 저희 집 근처로 몰려와 냉커피를 마시면서 하루 종일 사진을 찍고 가요.

New hanok은 저희 가족을 위한 한옥집 프로젝트로 현대를 살아가면서 필요한 요소들을 충족시켜줌과 동시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거리에 넘쳐나는 자동차나 기계식으로 지어지는 강남 아파트 타운들과는 이질적인 공간을 원했죠. 원래 있던 집의 구조를 해체하고 비율은 유지하면서 거기에 새로운 주거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저희는 이런식의 스타일을 DUB style이라고 부르는데 자메이카 음악 산업에서 벌어지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거든요. 전통 음악을 조율할 때 부수적인 모든 요소를 제거하고 기본 골격만 남겨요. 그 골격에 남은 멜로디를 다시 정리하고 거기다 현대식 에코와 효과를 집어넣죠. 한옥 집에 현대식 화장실과 부엌을 만들고 옥상 테라스를 만들었어요. 대나무 잎 색깔 같은 새로운 색상을 사용하기도 했죠. 원래 전통 한옥에는 나무색, 흰색이 주로 쓰이거든요.)

한옥이 생활 방식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세요?

광장 마켓 근처, 종로 5가에 위치한 저희 사무실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희는 그 장소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맞는 공간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 공간 주위의 환경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면서 거기에 맞는 삶을 세팅해요.

컴퓨터 앞에 하루 종일 앉아 있다 하더라고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풍경이 보이잖아요. 한국 사람들은 닫힌 공간에서 일하는 것에 익숙해있는 것 같아요. 공간의 가치를 너무 낮게 바라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전통주거인 한옥은 내부에 커다란 가구도 없고 문 또한 개방할 수 있어서 비움의 미학이 담겨있잖아요. 뭔가로 꽉 차 있을 때 그 공간의 가치를 찾기란 힘들죠. 공간의 가치는 거기에서 어떤 규칙성을 찾을 수 있거나 혹은 비어있을 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희는 이런 틀을 깨는 것도 재밌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색을 사용해서 이런 원리를 반증시키기도 해요. 규칙이란 것이 깨라고 만들어졌지만 그래도 그 규칙을 알고 깼을 때 가져다주는 결과물은 많이 다르죠.

좀비들: 한옥 주위를 걸어다니는 관광객들을 좀비라고 표현했는데 서울 주택 투자의 전염병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인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집에 투자해야된다’고 세뇌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에게서는 절대 한옥에서 사는 삶의 질 그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나 ‘내가 어디에 살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은 부재하죠. 그런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올바른 투자를 하기 위해 집을 찾아 다녀요. 그런식의 선택 안에는 ‘삶’이란게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주말이 되면 죽은 도시에서 벗어나 삼청동을 걸으며 인생의 추억을 만들려는 것 같아요.

요즘 한옥을 산다는 것은 거의 미친 짓이 되어버렸어요.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 비싸서 상업 시설만이 가득하죠. 하지만 저희가 한옥을 샀을 때는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았어요. 당시에는 사람들이 저희가 쓸데없이 한옥에 투자한다면서 미쳤다고 했죠. 저희는 ‘투자’하려는게 아니라 살고 싶은 곳을 찾았을 뿐이에요. 저희가 살고 있는 이 집은 저희와 함께 변해가고 있어요. 집이 저희에게 길들여져 가는거죠.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는?
현재 서울에 위치한 거대한 인터페이스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동대문 플라자와 서울 시청의 공공 장소 인테리어 디자인을 부탁받았는데 굉장히 보람된 일이에요. 저희처럼 작은 사무소에게는 (한국에 있는 최고의 이태리 사무소죠!) 큰 영광이고 도전이기도 해요.

가장 하고 싶은 프로젝트는?
 정말 좋은 찜질방 디자인을 해보고 싶어요. 찜질방이란 공간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상한 곳도 많은 것 같아요. 일본에도 끔찍한 온천이 많이 있죠. 하지만 정말 멋진 곳도 있거든요. 유럽에서는 목욕탕 건축물을 지을 때 막대한 돈을 투자하죠. 서울에도 그렇게 지어보면 어떨까요? 그런 장소도 분명 ‘사진 좀비’들을 잔뜩 불러들일텐데요.

 


@까이에 드 서울

 

  비투루비안 맨과 유교적인 여성이라고 이름붙인, 전통과 미래라는 두 생활 패턴과 비유한 그의 유머러스한 아이디어. 

 

 

Subsonica – Discolabirinto

사진 출처 : www.motoelasti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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