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우너스는 서울을 기반으로 2012년에 문을 연 디자인 스튜디오로, 리소그래피 인쇄소와 출판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상점에서 볼 수 있는 여러가지 ‘코너’라는 말이 재미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좀 더 발음하기 쉽도록 ‘코우너스’가 되었다. 코우너스는 MMMG에서 처음 만난 조효준과 김대웅이 함께 시작해 현재는 3-4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되어 유동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리소그래피, 스텐실 복사, 복고 인쇄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리소(RISO) 인쇄는 잡지나 포스터 등 흔히 볼 수 있는 풀 컬러 인쇄(옵셋 인쇄)와 많이 다릅니다. 옵셋인쇄는 물과 기름이 반발하는 것을 이용하여 인쇄를 하는 반면에, 리소 인쇄는 마스터용지(스텐실)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이미지를 표현한 뒤, 그 사이로 잉크가 통과되면서인쇄가 되는 스텐실 원리를 디지털 기술을 통해 자동화한 인쇄방식입니다.”
심플한 그래픽 요소로 이루어진 코우너스의 작업은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 그래서인지 보는 이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스튜디오 한켠에 자리 잡은 인쇄소는 그래픽 실험소 같은 곳으로 – 실제로 많은 이들이 리소가 주는 질감과 색감을 경험하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코우너스에서는 리소 인쇄를 가까이서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워크숍도 운영되고 있다.
코우너스에 대해 직접 소개해 주신다면요.
안녕하세요, 코우너스는 2012년에 설립된 회사입니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래픽 디자인과 리소 인쇄(Risograph)를 주된 업무로 하고, 두 업무를 접목해 책, 옷, 상품 등 다양한 제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인원은 보통 2~4명 정도의 유동적인 상태입니다.
많은 인쇄 방식 중에서 리소스텐실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처음 접했을 때와 비교해서 리소그래피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리소 인쇄를 접했을 때는 그 색감이나 질감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비교적 작은 사이즈의 기계인 것도 장점이었고, 무엇보다 다양한 별색 잉크를 소량 인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기계를 구매하고 직접 사용하며 많은 불편함을 발견했고 받아들여야 할 한계도 있었는데요. 신기하게도 지금은 저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리소 인쇄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 같습니다. 앞에 말한 한계와 불편함을 이해하고 리소 인쇄의 장점만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졌고요.
아무래도 리소그래피 특성 때문인지 작업이 실험적이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코우너스의 그래픽 취향은 어떤가요? 디자인 작업을 진행할 때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그런가요? 사실 그래픽 디자인 업무를 할 때 리소 인쇄를 사용한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실험적인 인상을 받으셨다면 굉장히 좋은 칭찬인 것 같습니다. 디자인 작업을 할 때는 작업이 드러내고자 하는 큰 줄기에 집중하려 합니다. 디자인에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넣으려다 폭발해서 사라져버린 경우를 종종 보았는데요, 저희는 하나 또는 두 개의 요소로 디자인을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방향의 그래픽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영감 혹은 영향을 받은 작가나 소재가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사실 모니터에서 접하는 그래픽에서 영감을 얻기보다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 또는 어떤 경험을 통해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2016년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에 위치한 얀 반 에이크 아카데미(Jan Van Eyck Academie)에서 열린 제2회 매지칼 리소(Magical Riso) 행사에 초청을 받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제작과 리소 인쇄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영감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단순히 시각적 결과물에 대한 변화도 있었지만, 그들이 작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름 우리의 프로덕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았고, 이런 경험들이 좀 더 흥미로운 영감 혹은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처음 진행한 작업과 가장 최근에 만든 작업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그동안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볼 때 눈에 띄는 변화나 방향성 같은 것이 있었나요?
솔직히 처음 진행한 작업은 생각이 나지 않는데요, 최근에는 MMCA에서 열린 전시, ‘층과 사이(Layers and Spaces)’의 연계 상품을 제작했습니다. 이 작업에서는 수많은 양의 개체와 레이어를 만들어 그것들이 겹쳐지거나 나뉘면서 나타나는 현상과 모습에 초점을 맞춘 그래픽을 만들었고, 제작에서는 리소 인쇄와 실크스크린(Silk Screen Printing), 박 인쇄(Foil Stamping)와 마스타 인쇄(Master Printing) 등 일반 판촉물에 사용하지 않는 인쇄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디자인 방향성의 경우, 특별히 의식하여 목표를 정하고 움직이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함께 일하는 동료를 통해서도 변화하고 있는 것 같고, 동시대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보며 영감을 받기도 하는데요. 무엇보다 스튜디오 구성원 각자의 취향이나 관심사에 영향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쇄 작업과 개인 작업은 어떻게 함께 병행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 작업만으로 유지가 될 만큼 프로젝트가 많아져도 인쇄소로써의 코우너스도 계속 병행할 예정인가요?
지금까지는 2명 또는 3명이 각자 맡은 디자인 작업과 인쇄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일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디자인과 인쇄 업무가 모두 늘어나 버린 요즘은 많은 업무를 어떻게 분담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요. 두 업무 모두 스튜디오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둘 다 재미가 있어서 함께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병행하고 싶습니다.
자기 주도 작업의 경우 어떤 소재로 작업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자가 출판의 경우, 저희가 사용하는 리소 인쇄와 어울릴 것 같거나 한번 인쇄해보고 싶은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섭외하여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상품 제작은 평소 관심 있는 것들을 생각했다가 기회가 되면 소량 제작하고 있는데, 주로 사무실이나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싶은 것들을 기획했었습니다. 이를테면 인쇄물 포장에 필요한 박스 테이프를 만든다든지, 사무실에서 사용할 달력을 제작한다든지 하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어떤 특별한 제작 공법을 발견하고, 단순히 그 방법을 사용해보고 싶어 상품을 기획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글 폰트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글의 특성상 생기는 어려움이나 반대로 흥미로운 점 같은 것이 있을까요?
한 가지 한글 폰트로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한글 폰트와 다른 언어의 폰트를 섞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요. 숫자나 약물(Glyph) 또는 다른 언어가 한글과 병기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보통 비슷한 모양의 두 폰트를 찾아 쓰기도 하고, 때로는 각 폰트의 배경을 생각해서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어떤 경우든 두 개의 다른 폰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두 가지 폰트가 만나 표현되는 텍스쳐가 흥미로운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이런 작은 부분들이 한글 폰트를 사용하는 디자이너가 즐길 수 있는 재미 요소인 것 같습니다.
한국의 그래픽 디자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국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말을 들으니 큰 흐름이나 최근 경향에 관해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 별다른 의견은 없습니다. 그냥 요즘은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각자 관심 있는 다른 분야에 걸쳐 활동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리소를 좋아해서 디자인 스튜디오지만 인쇄소를 운영하는 것처럼 각자의 취향에 따라 음악, 패션, 사진,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로 활동하거나 공연, 전시 또는 행사를 자체적으로 기획해 운영하는 모습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시 서울에서 좋아하는 장소나 가게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강북/강동/강남/강서 두루두루 좋아하는 장소가 있는데, 그중 사무실 근처로 좁혀서 말씀드리자면, 남산에서 남대문을 지나 소공동, 을지로로 이어지는 길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대중교통이 불편해서인지 비교적 투자가 되지 않은 지역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신기하게도 아주 작은 구역이지만 소공동은 도로의 마감이나 빌딩 관리가 비교적 매우 준수한 편입니다.
약간의 상상을 하면서 위의 루트를 산책하면 좀 더 재미가 있습니다. (자신을 조선 시대 지방의 상인이라 생각하면서) 남산을 올랐다가 내려오면서 남대문을 지나고, 남대문 시장에 들러 활기찬 기분을 느껴보고, 시간이 된다면 소동공에서 을지로 방향으로 좀 더 산책을 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소공동에서 을지로 입구를 지나 을지로 4가로 이어지는 큰길 주변 골목 안으로 들어가 보면 오래된 상점과 식당 사이로 새롭게 오픈한 재밌는 곳이 많습니다. 우주만물(선물 가게 @cosmoswholesale), 도이농(태국 음식점), 신도시(클럽 @seendosi), 클리크 레코드(레코드 가게 @clique_records), 디엣지(바 @theedgeseoul), 인터내셔널(옷 가게 @theinternatiiional), 오큐파이 더 시티(포스터 가게 @occupy_the_city) 등 분야도 다양해서 낮부터 밤까지 온종일 돌아다녀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을지로에 오시면 코우너스에 들려 이것저것 구경도 하시고, 근처 옛 가게들과 위에서 언급한 새로운 공간들도 방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