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충청북도 보은에서 출생한 작곡가 정부기는 스님이 된 아버지 밑에서 어린시절을 보낸다. 집 가까이에 지어진 절과 집을 왕래하며 자연스럽게 알게 된 불교 문화와 시골에서의 삶이 후에 그의 음악적 색을 갖게 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초등학교 때 피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단소와 퉁소를 불게되고, 이를 통해 멜로디를 쓰기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곡을 쓰기 시작한다. 후에 서울에 상경해 작곡과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곡 공부를 하게 된다.
1977년 동아콩쿨에서 1등을 하면서 같은 해 25살의 나이로 BBC가 주최한 세계 합창대회에 한국을 대표해 참가하게 된다. 이 대회에서 김소월의 시에 쓴 합창곡 ‘접동새’로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작품세계를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다. 누이의 슬픔을 접동새의 울음 소리로 표현하며 한을 담은 김소월의 시에 그 또한 어린시절 잃었던 누이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곡으로 알려져 있다. 동양적인 정서에 서양의 현대 화성을 접목시킨 무반주 합창곡 ‘접동새’에는 어린아이가 대화하는 듯한 부분이 재해석 되어 곡의 일부가 되었다.
후에 독일 Karlsruhe 대학에서 작곡가 Eugen Werner Velte 밑에서 공부를 계속하면서 독일 요하임 콩쿨에 당선되어 순회연주를 한다. 후에 한국에 돌아와 국립극장, 예술의 전당, KBS 홀에서 다양한 곡을 발표하며 음악활동을 이어간다. 창작곡과 함께 ‘농요’, ‘새야새야’ 등에서 민요라는 한국적인 멜로디를 소재로 사용하여 곡을 쓰면서 한국 음악에 대한 분석과 체제를 정립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음악은 화성이 없고 리듬과 멜로디로 곡이 구성된다. 민요 ‘새야 새야’ 같은 경우는 오로지 ‘도, 솔, 레’ 3개의 음만을 사용해서 노래의 전부분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한국 전통 음악에는 반음이 없는 대신에 ‘레’ 같은 경우에는 항상 울리는 듯한 장식음이 들어가 이로 인해 ‘한’의 정서를 표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