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타인의 초상을 찍고 또 누군가는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내듯 작가 김경태는 돌을 촬영한다. 여행 중 추억삼아 하나, 둘 손에 걸려 주머니에 넣어온 조약돌을 촬영한 것이 계기가 되어 그의 돌작업이 시작되었다. 대부분은 손바닥 반 정도에서 손톱 크기 밖에 안되는 정말 조그만한 돌들이다. 너무 평범해 잊혀진 조약돌들이 그의 사진 속에서는 촘촘하게 박혀있는 세월의 흔적으로 우리의 신경을 잡아끈다.
‘돌’이라는 – 같은 이름으로 분류되었지만 지표의 다른 부분과 시간으로 만들어진 돌의 표면이 그의 사진집 ‘온더록스’에서 하나 하나 같은 크기로 확대된다. 그가 담은 세월의 섬세함이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아 돌의 실제 크기를 알게 되었을 때 느껴지는 묘한 괴리감이 즐겁다. 자신이 만들어진 문맥을 빠져나와 형태와 질감, 크기는 잊혀진 채 그의 작업을 통해 바라본 돌은 한장의 초상이 되고, 다시 한 장의 풍경이 된다.
인터뷰
까이에 드 서울: 돌은 어떻게 모으기 시작하셨나요?
김경태: 어릴 때 돌이 많은 강에서 노는걸 즐겼는데, 널려있는 돌의 광물의 종류나 질감을 구분하는걸 특히 좋아했어요. 그 중 마음에 드는건 하나씩 집에 가져와서 모아두곤 했는데 이사하는 과정들을 거치면서 하나도 남지않게 되었다가 조금 더 멀리 여행하게 되면서 다시 하나 둘 줍게 되었습니다.
‘온더 록스’를 출판하게 된 계기는?
돌을 주을 때 마다 우선 골라본 돌을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곤 했는데, 2013년 초 쯤 유어마인드로부터 책으로 만들어보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한 번 정리할 생각은 있던 차였는데, 덕분에 더 빠르고 편하게 출판할 수 있었죠.
김경태씨의 작업에서는 ‘돌 그 자체’와 ‘돌을 찍은 이미지’ 중에 어떤 것이 주요소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미지’요. 제가 우선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건 실제 크기라던가 돌의 출처에 관한 정보가 아니거든요. 정확한 크기나 형태를 가늠하기 힘든 평면화된 돌의 이미지죠. 촬영에 있어서도 그 점을 중심에 두고 작업 했는데, 실제로 제가 돌을 고르는 기준도 마찬가지예요. 형태는 제쳐두고 한 시점에서 돌을 바라보고 그걸 머릿속에서 크게 그려냈을 때 매력적이다 싶은것들을 고르는 편이예요. 실제 돌을 늘어놓고 멀리서 보면 별 감흥이 없기도 한데다 ‘짐’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해요.
돌을 주은 장소마다 돌의 모습이 다른가요?
글쎄요, 경우에 따라선 같은 암석이라 할지라도 어떤 환경에서 생성되었는지에 따라 전체적인 색이라던지 입자의 크기 차이를 알 수는 있지만 제 수준에서 그걸 토대로 장소를 가늠하거나 정확한 과정을 짐작하긴 어려워요. 이쪽 지방에 오니 같은 암석이라도 어떤 광물의 비율이 압도적이구나 하고 생각하는 정도죠. 그런데 그것도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어요. 강에서 주은 돌일지라도 근처의 공사장에서 사용된 돌이 흘러들어왔을 수도 있고 그럴 경우 정확한 출처를 알기란 자세한 조사 없이는 어렵거든요. 거기까지는 관심이 없고 발견한 장소에 대해서도 커다란 의미를 두지는 않아요. 실제로 공사현장이나 도로 위의 돌을 줍기도 하고 가끔 자연석이 아닌것도 있고요.
돌 사진을 찍을 때, 자세한 입자를 보여주기 위해 특별히 사진을 찍는 방법이 있었나요?
가능한 모든 입자를 고르게 보여주는것이 중요했는데, 장비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정보는 주로 해외의 접사 커뮤니티를 통해 얻었어요. 주로 광물 디지털 촬영 기술을 활용했는데, 많게는 70여장을 합쳐서 한 장의 이미지를 만들기도 했어요. 실제 크기가 작은 편이다 보니 크게 보여주기엔 심도 조절에 한계가 있었거든요.
돌 사진외에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 앞으로의 프로젝트는?
큰 사물에 관심이 많아요. 그 중 하나가 건물인데, 의도치 않게 드러나거나 어떤 양식처럼 보이는 구조를 좋아해요. 한국에서도 여러 지방을 다니게 되면서 모아 왔었는데 앞으로도 조금 더 여러 곳에서 모으고 정리해 볼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을지로요. 작지만 다양하고 전문화된 제작소나 상점이 많이 모여있어요. 그런 곳에 가면 마음이 편해요. 원하는 재료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할 수도 있고 ‘여기에 없으면 한국 어디에서도 구하기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