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국제 갤러리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 경복궁 건너편, 좋아하는 밥집이 있는 골목 뒷편으로 빼꼼히 콘크리트 건물이 보인다. 나름대로 낮은 담을 그리고있는 한옥들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기 위해 애쓰는듯 보이는 이 건물은 전통 한옥들 사이에서 명확하게 자신의 입지를 다잡고 있다. 불투명한 콘크리트 건물에 얇은 쇠 망을(steel chainmail mesh veil) 마치 천처럼 짜내 건물위로 늘어뜨려 한결더 밝은 느낌을 주는 이 갤러리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건축 사무소 So-il이 설계했다.
서울에서 문을 연 1892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제 갤러리>는 여전히 예술의 메카로 남아있다. 본관과 별관 그리고 올해 완성된 So-il 건축사무소의 콘크리트 건물까지 세 건물이 나란히 한 울타리를 꾸리고 있는 국제 갤러리는 세계 유명한 예술가들의 전시를 서울에서 기획하여 우리에게 소개해 줄 뿐만 아니라, 1988년도부터 세계 주요 아트페어에 참가하면서 우리나라 아티스트들을 세계로 알리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하기도 했다.
SO-IL 건축 사무소의 철학이 뭔가요?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는거예요. 추상적인 아이디어나 개념을 구체화 시켜서 건축이라는 결과물로 낳는 거죠. 건축이 지식과 창조를 오가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함께 일하게 되셨나요?
전에도 일을 하면서 만났기 때문에 설계 사무소를 함께 여는 것도 자연스럽게 함께 열게 됐어요. 사고하는 방식은 굉장히 다른데 함께 일할 때는 비슷한 결과물에 도달하죠.
국제 갤러리 설계는 어떻게 맡게 되셨나요?
뉴욕에 있는 티나 갤러리 오너 티나김씨의 아버지가 국제 갤러리 설립자세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었는데 당시에 갤러리 설계를 위해 공간에 대한 새로운 아 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면서 현대미술을 잘 이해하고 있는 건축가를 찾고 계셨어요.
서울에 대해서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나요? 이번에 서울을 방문하면서 그런 이미지가 바뀌었는지.
저희 둘 다 아시아에 대해서는 꽤 잘 알고 있고 서울에도 예전에 가본적이 있어요. 미묘한 문화 차이는 이번에 국제 갤러리와 함께 일하면서 더 잘 알게 되었죠. 한국사람들은 열정적이면서 성실하고 실험적인 면도 있어요. 이런 현지 분위기가 저희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해요.
이번 프로젝트가 한옥이나 경복궁처럼 전통적인 색이 강한 삼청동에 위치해 있는데 이런 환경이 설계에 영향을 미쳤나요?
물론이죠. 디자인을 연구하면서 항상 ‘주위 환경’과 건축’ 사이의 관계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이번 프로젝트 같은 경우 전시공간이라는 현대적인 요소에도 부합하면서 한국 전통 공간을 존중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했어요. 이번에 설계한 국제 갤러리가 흰색 큐브를 떠올리는 강한 기하학 형태 때문에 자칫하면 너무 딱딱해 보일 수 있어서 얇은 스테인레스 체인으로 건물을 감쌌어요. 형태도 한층 부드러워졌고 결과적으로 이런 직물 모양의 재료가 만들어 내는 그림자라던가 – 재료의 성질이 또 다른 효과를 가져다주죠.
이번 설계 디자인에서 어떤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다루었나요?
새로운 재료나 형태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하시는 것 같은데요.
주위 한옥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기 위해 갤러리를 단층 건물로 설계한 점, 예술품 전시를 위해 경간이 넓은 공간을 만든 점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계단의 경우에도 건물 자체의 순수 기하학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사각형 밖으로 밀어냈습니다. 외부가 다소 폐쇄적인 대신 건물 내부에 있는 천창으로 자연광이 들어오죠. 건물 외벽을 감싸고 있는 이 스테인레스 체인은 강하면서도 쉽게 구부릴 수 있고 늘어뜨리거나 딱딱한 기하학 형태를 쉽게 감쌀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라고 생각해요. Front Inc라는 회사와 함께 연구한 소재입니다.
Florian Idenburg씨는 7년 동안이나 SANAA에서 일했는데요, SANAA 와 함께 일하면서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SANAA와 SO-IL의 디자인 철학이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하고요.
직관적으로 얻는 아이디어나 이해하기 쉬운 디자인을 믿는 방법을 배웠어요.그리고 세부적인 재료를 조립하면서 얻게 되는 효과나 섬세함에 대해서도요. 아이디어 하나를 끝까지 발전시키는 방법과 ‘힘들게 일하는 법’도 배웠습니다. SANAA와 SO-IL의 차이는 Jing Liu와 저의 감각이나 직관이 SANAA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다고 생각해요.
Jing Liu씨는 중국, 일본, 영국, 미국 등 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사셨는데 아시아에서 자란 환경이 디자인이나 공간을 보는 눈에 영향을 미쳤나요?
네, 물론이죠. 저희가 컨셉트를 정할 때 건물이 지어지는 장소의 문화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요. 그런 방식으로 디자인 할 수 있는 이유도 저희 사무소가 다양한 환경을 접한 배경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다양한 문화가 항상 저희의 호기심을 자극하죠.
요새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신가요?
다양한 나라의 문화 센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서울도 그 중에 포함되고요.
서울에서 좋아했던 점이 있다면?
한국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 음식도 맛있았지만 무엇보다 서울의 다이나믹한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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