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라를 여행할 때 시장을 둘러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그 나라 사람들의 식탁에 올라가는 반찬과 재료들을 둘러볼 수 있어 음식문화를 탐험할 수 있는 좋은 구경거리이기도 하다. 지하철역의 혼잡한 인파에서 빠져나와 요리 재료를 고르기 위해 시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에는 그래도 여유가 묻어나고 있었다. 모든 재료에 정확한 가격표가 찍혀 깨끗하게 포장되는 백화점과는 대조되는 재래시장에는 흙이 뭍은 신선한 재료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너무나 빠르게 변해가는 이 도시에서 재래시장의 멋은 여전히 옛 정서를 간직하는데서 오지않을까. 먹거리로도 유명한 광장시장, 그 두툼하고 바삭한 빈대떡에 흐르는 윤기를 보고있자니 입 안에는 침이 가득 고였다. 대충 손대중으로 듬뿍 담아주는 신선한 야채의 향과 다정한 아주머니의 호탕한 웃음소리. 커다란 솥 뚜껑을 열 때마다 쏟아지는 연기가 한 편의 웅장한 오페라라도 보는 기분이다.
광장시장은 1905년에 문을 열어 100년이 넘게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옹기종기 모여서 기분좋게 군것질을 하고 계신 노인분들을 보고있자니 아주머니들의 인심이나 칼칼한 음식맛은 예전 그대로인 듯하다.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시장은 혼잡하기는 하지만 도시의 그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육회는 프랑스의 소고기 타르타르와 유래가 같다는 설이 있다. 아시아 초원에 살던 타르타르 유목민족이 소고기를 얇게 잘라 양념을 하고 날 말고기 먹기 시작했는데, 이 타르타르가 프랑스로 넘어가 tartare가 되고 한국으로 넘어와 육회가 되었다고. 광장시장에서는 보기 드물게 신선하고 고소한 육회를 먹어볼 수 있다.
by aaron ch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