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적이고 바로크적 상상력을 가진 이불(Lee Bul) 작가의 작품 속에는 완벽을 향해 계속해서 전진하고 전진하는 삶, 그 이면에 숨겨진 퇴화되고 손실된 우리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1964년 한국에서 태어난 이불작가는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으로 알려져 있다. 1987년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초창기 작품활동으로 사회적으로 다루기 힘든 성에 관한 주제를 퍼포먼스를 통해 과감하게 다루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1997년 Barbara London이 New York 현대 미술관 전시에 그녀를 초청하면서 Majestic Splendor(장엄하고 멋진)라는 타이틀의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죽은 생선의 몸에 색색깔의 보석을 장식한 작업도 그 중 하나로 전시 기간 도중에 악취가 심해져 작품을 꺼내야 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90년대로 흘러가면서, 이불작가는 미래적이고 사이버펑크적인 설치작품들을 발표하면서 신체의 조작, 기계의 숭배, 여성이 느끼는 억압과 상처에 관한 주제들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녀의 작품 ‘사이보그’ 시리즈에서는 여성의 유연한 몸에 기계의 둔탁한 형태가 섞인, 알 수 없는 혼성체가 허공에 둔탁하게 매달려 있다. 팔다리가 절단된 그녀들의 몸은 섬뜩한 감정과 함께 버려지고 잊혀진 ‘포스트 인간'(post-human)을 떠올린다. 사이보그 시리즈는 완벽한 외모에 집작하는 여성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시리즈 ‘몬스터’ 에서는 사방으로 쏟아져나오는 촉수와 돌기 형태를 한, 기계와 유기체의 경계선상에 놓인 무명의 거대한 생명체를 표현한다.
디스토피아의 풍경
‘몸’에 관한 작품을 발표하고 이불작가는 개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커다란 테두리 – 사회에 관한 주제로 눈을 돌린다.
2005년 – 허구의 풍경을 재현한 그녀의 디스토피아적 풍경은 완벽을 향해 계속해서 발전해나가는 현대 사회에 대한 멀미가 담겨있다.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거기에 도달하지는 못하는 디스토피아의 풍경은 타트린과 독일 건축가 타우트(Bruno Taut)의 알프스 건축 (Alpine Architektur) 작업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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