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명주는 ‘내면풍경’ 시리즈를 통해 자신 안에 남아있는 감정의 풍경을 조형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감정을 재구성한 그녀의 작업은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형태와 감촉으로 들려준다. 그 실체보다 다소 단순화되고 일그러진 모습일지 모르지만 그녀의 손으로 만들어진 왜곡된 형태가 오히려 더 호소력있게 다가온다. 이전에 작업했던 ‘이방인 나무’ 시리즈가 나무의 형태를 빌려 감정을 표현했다면 ‘내면풍경’은 나무의 형태를 빌리지 않고 감정과 직접 대면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김명주 작가는 홍익대학교 도예가를 졸업해 현재는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활동하고 있다.
세라믹 작업을 하기 전에 가끔 뎃셍을 하는데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은 사람을 그리고 싶었어요. 무릎 꿇는다는 것 자체에 관심이 많아요. 그것 자체로 아름다운 자세 같아요. 경건해지고 내 자신을 내려 놓는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크게 조형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서 시작했던 작업이에요.
이 작업은 무릎꿇고 있는 장면이에요. 죽은 이(이별한 사람)와
그 죽음을 멀리서 바라보는 이의 모습이에요. 장면 속 두사람은 작은 얼굴들로 이루어진 피부를 가지고 있어요. 한 사람은 죽은 모습이고 다른 한 사람은 살아있지만 사실 그 둘에는 차이가 없어요. 아직 끝나지 않은, 죽었지만 죽지 않은 – 그런식의 어떤 영원성을 의미해요.
사람은 망각하거든요. 자신의 얼굴을 잃어버렸는데, 그 얼굴을 잃어버렸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하게 된거죠. 그래서 여유 있어보이는 모습이에요.
Interview
명주씨 작업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낯설고 우울한 감정들을 좋아해요. 지금은 ‘내면 풍경’을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뭔가를 그럴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적인 것을 조형적 언어로 잘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저는 감정을 믿어요. 작업을 하면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진실되어야 남에게도 호소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방인 나무'(arbres étrangers)라는 주제로 계속 작업을 해오다가 몇 년 전부터는 나무의 형태를 빌리지 않고 내면을 직접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전에 했던 작업과 달라졌다고 많이들 얘기해요. 흙도 바뀌고 그 흙을 굽는 온도가 바뀌면서 겉에 보여지는 질감이나 색도 많이 달라졌거든요. 무의식적으로 만들면서 손끝을 자유롭게 일하도록 내버려뒀어요.
저희 같은 작업은 큰 공간을 필요로해요. 세라믹 같은 경우는 큰 가마가 있어야 해서 공간을 많이 필요로해요. 구워야 색이 나오기 때문에 원하는 색이 생각처럼 안나와서 여러번 구웠어요. 그래서 가마가 중요해요. 말리는 것도 굉장히 중요해서 작업을 빨리할 수가 없어요.
유럽에서 작업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나요?
그렇죠. 사실 한국에서 도예과를 졸업하고 한동안 도예작업을 하지 않았어요. 외국에서 살면서 더 내면에 집중하는 작업을 하게 된 것 같아요. 한국에 있으면 왠지모르게 사회적 분위기가 가만히 내면에 대해 생각하도록 놔두지 않는것 같아요. 외국에 오게되면서 저절로 ‘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우연히 시기가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작업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나요?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미지는 만드는 것에 따라서 바뀌는 것이기도하고. 이미지를 믿지는 않아요. 환영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거죠. 형상(Figure)을 표현하지만 그것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의하기 조심스럽지만 형태를 표현하면서 이미지 자체는 잊어버릴 수 있는 그런 작업을 하고 싶어요.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이번 가을에 작가 레지던시로 김해에 있는 ClayArche Museum에 들어가요. 무엇보다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아티스트로서 방문하는 거라 저한테는 큰 의미가 있어요.
마지막으로 도시 서울에 대한 생각.
자기의 삶이 그 안에 있으면 그 도시가 좋아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 때는 서울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저의 삶이 거기에 없거든요. 그래서 말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져요. 겉으로만 보면 시끄럽고 정신없고. 그런 기억들만 남아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