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잠긴 서울'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울에 대한 객관적이고 로맨틱한 이미지들. 밤의 느낌. 편의점의 네온사인. 높낮이로 밖에 읽히지 않는 언어의 파편들. 물속을 부유하는 듯한 이미지 속에서 판자촌을 걸으며 노래하는 할아버지들 뒤로 보이는 서울의 모던한 빌딩과 아파트들. 단순히 관광지를 여행하면서 유명한 장소를 쫓아다니는 것이 아닌 서울 그대로를 느껴보려 하는 그의 감성이 느껴진다. “파리 바게트. 뚜레주르. 불고기. 보고싶어. 김밥. 안녕히계세요”
Sous L’eau from Jean-Julien on Vimeo.
서울에는 여러 번 갔었는데 시험삼아 비디오를 만들었을 때는 한 달 정도 머물렀어요. 북경에 가면서 서울에도 머물게 된거죠.
비디오에서 낯선 사람과 4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는데 그 이야기좀 해 주실수 있나요?
엄밀히 말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서울에 있는 친구가 아는 사람이었어요. 처음에는 한국 회사에 관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짧은 영상을 만들어 볼 생각이었는데 결국 못하게 돼서 그냥 여러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카페에 네시간이나 앉아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특별히 산책하기 좋아하는 장소가 있나요?
대학로 쪽이나 전통한옥이 많은 동네를 좋아해요. 물론 인사동이나 북서울 꿈의 숲도 좋아하고요.
여행을 할 때마다 이렇게 비디오를 만드시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매번 그러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비디오와 함께 나오는 자막에 대해서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자막은 촬영 후 몇 달 뒤에 쓰게 되었습니다. 북경에서 에니메이션을 수업을 할 때였죠.
수업이 끝나고 거리로 나와서 앉아 있었는데 그냥 그대로 몇 시간 동안 글을 쓰면서 서울에 대한 생각에 빠졌어요.
비디오와 함께 흘러 나오는 백그라운드 음악도 직접 고르신건가요?
비디오와 함께 나오는 음악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주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영상 작업은 추상적인 느낌이라서 자막은 좀 더 세심하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백그라운드 음악과 영상, 자막 – 모두 다른 형태지만 서울을 여행하면서 느낀 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이죠.
사실 영상 작업을 시작할 때는 다른 곡을 선택 했다가 결국에는 제가 만든 음악으로 바꾸게 됐어요.
처음에 영감을 받았던 곡들은 Nine Inch Nails의 La mer와 Fragile이었습니다.
서울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굉장히 넓은 큰 도시라는 점. 그리고 생각보다 건물들이 낮다는 점. 저는 방대한 빌딩들의 숲같은 서울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명동 같은 동네를 제외하고는 의외로 낮은 건물들이 많아요. 그리고 건물마다 달린 전광판들도 인상적이였죠. 산으로 둘러쌓여 있다는 것도 서울이라는 도시의 특징인것 같아요. 포장마차나 길거리에서 파는 여러 종류의 군것질을 파는 상인들. 이런 서울의 모습이 프랑스로 돌아오면 가장 그리워요. 낮이나 밤이나 항상 활기 넘치는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 2년도 더 된 어느 겨울 – 내가 서울에 갔을 때는 눈이 사방에 쌓인 2월이었다. 북경에 가기 전 친구를 만나러 들린 서울에서 외대 근처 반지하 학생 기숙사에 머물렀다. 낯선 도시에 온 나는 왠지 모르게 잔뜩 소심해져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내가 머물던 방 안에서 보냈다. 몇 번인가 그 집이 있던 동네를 혼자 걸어다니기도 했다. 작은 언덕들이 둘러싸고 있는 큰 길을 계속 올라가다보니 낮은 벽돌 집들 사이로 수 없이 많은 좁은 골목길이 나 있었다.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생각하고 있으면 왠지 모를 낯선 감정을 느낀다. 일종의 상실감 같은. 아마도 새로운 도시에 적응하기 위해 느꼈던 어려움이지 않았을까. 불면증처럼 – 밤이되면 아침이 밝아오기 전까지는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새부턴가 새벽 한 시, 두 시 경이 되면 습관적으로 동네 패밀리 마트에 먹을 걸 사러 나갔다. 이 도시에서 내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정확히 어디로 갈지 정하지도 않았었다.
서울에 다시 돌아가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정의하기 힘든 어떤 불안감을 느낀다. 왠지 모르게 나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보아야 할 것 같은 그리고 내가 여기서 새로운 뭔가를 해내야 할 것 같은. 그리고 나의 이상에 도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슴 한 켠에서는 거기서 보냈던 아련한 추억이, 나의 행복했던 시간들이 여전히 그립다. “
@까이에 드 서울
s o u r c e
Sous L’eau from Jean-Julien on Vimeo.
by Jean-Julien / jjpous.com
Credits:
Directed by: Jean-Julien Pous
Produced by: Sophia Shek
Assistant Director: Dahci Ma
Assistants: Jiyi Robin Juy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