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감과 오감, 호감과 마음을 의미하는 스튜디오 mohm은 한국의 전통공예를 모티브로 현대인의 생활과도 잘 어울리는 물건을 만들고 있다. ‘소백'(素白)이라고 이름 붙여진 첫 번째 컬렉션은 소색과 백색을 주제로 선의 아름다움과 간결한 디자인에서 오는 여유로운 마음을 담았다. 두 번째 ‘고리'(古里)는 부엌이라는 공간을 주제로 요리를 할 때와 상차림에 사용되는 정갈한 물건을 만든 컬렉션이다.
Studio mohm은 센프란시스코에서 브랜드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선진과 부여에서 텍스타일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서윤이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다. 백제의 옛 수도였던 부여에 자리 잡은 mohm은 지역 장인과의 협업을 통해 시간과 정성이 담긴 물건을 만들고 있다. 전통이 우회적으로 표현된 – 한 땀 한 땀 세세하게 공을 들여 완성된 물건이 사용할 때 주는 즐거움은, mohm이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를 잘 담아낸다.
01. 두 분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시고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되어서 mohm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선진은 부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부여에서 보내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이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브랜딩 디자이너/디자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윤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입학하면서 처음 부여에 왔습니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에 매력을 느껴 졸업 후 부여에 자그마한 작업실을 마련했습니다. 전통공예를 전공하고 섬유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고향인 부여에 온 선진이 서윤의 작업실을 우연히 지나게 되었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 후 비슷한 미감과 공감대로 우리 문화가 깃들어 있으며 현재의 공간에도 어색함 없는 예쁜 베개를 만들어보자 라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02. 처음 mohm을 시작할 때 어떤 컨셉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기교보다는 간결하고 최소한의 표현으로 물건 하나하나에 정성스러움을 담고자 했습니다. 자연소재를 바탕으로 재료 자체가 지닌 솔직한 물성을 가진 섬유부터 도자 등 다양한 재료에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와 지속 가능함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한국의 전통 공예를 보존하고 되짚어보며, 일평생을 공예와 함께 보낸 장인들의 삶이 지속될 수 있도록 장인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주변과 부딪힘이 없는 물건들로 덜어내고 덜어내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길 바랍니다. mohm은 미감, 오감, 호감, 마음의 이니셜입니다.
03. 현대의 생활에 맞게 재해석한 오브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브제로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 얘기해 주신다면요.
– 버선 : 버선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은 규격화된 사이즈로 나오지만, 과거에는 양말의 역할을 하는 버선도 맞춤이었습니다. 각 개인의 발 모양에 맞는 버선본을 갖고 있었고, 그것을 귀중히 여겨 버선본 집을 따로 만들어 보관도 했습니다. 버선을 만들 때 이런 소소한 옛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버선은 수눅의 선이 특히 아름답습니다. 착장 했을 때 그러한 버선의 고운 선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베개 : 쌓여있는 옛 베개를 보면 같은 베갯모가 하나도 없습니다. 옛사람들이 오히려 개개인 모두가 아티스트처럼 베갯모에도 개성과 감각을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베갯모에 표현한 감각과 정성은 우리에게 큰 영감이 되었고 우리 또한 베갯모에 우리의 감각과 정성을 넣고 싶었습니다. 베갯모는 모두 자연을 단순화한 형태인데 특히 moon 디자인은 손으로만 제작 가능한 디자인으로 우리의 마음을 잘 담아 내었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할 때 어떤 점이 어려웠나요.
전통의 모습을 어디까지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국 전통의 모습을 특징화한다는 것도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일본스럽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사실 부러운 부분입니다. ‘한국스러운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계속 공부하고 고민합니다. 너무 많은 것들을 현대화하였을 때 전통을 모티브로 했다고 볼 수 있는지. 전통을 모티브로 작업하는 많은 사람들의 고민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전통이 완전한 과거 한 시점의 모습이 아닌 시간의 흐름이라고 생각했고 시간이 지났을 때 이 또한 전통의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디자인 시 우리 나름의 기준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04. 흰색/미색의 원단을 사용해서 디자인을 풀어가고 있습니다.
소색은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색입니다. 그 색은 우리를 편안하게 만들어줍니다. 백색은 우리나라에서 여백, 바탕을 뜻합니다. 그 색은 우리를 여유롭게 합니다. 두 가지 색은 이번 컬렉션 구성요소인 휴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고, 없는 단어이지만 소와 백을 합쳐 ‘소백’이라는 단어로 만들어냈습니다. ‘소백’은 옛 선조들이 일상에 여백을 만들어 자연과 함께한 풍류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야말로 지금 우리 시대에 가장 원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05. studio mohm은 부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여에 자리 잡게 된 이유가 있나요. 부여는 어떤 도시인가요.
작업할 때 그 지역의 모습도 작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엔 들은 이야기였는데 저희도 알게 모르게 작업 안에 부여의 모습이 담겨 있는 듯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한결같음을 지녔으면 하는 마음이 부여에 머물러 있습니다. 부여는 느린 시간을 갖고 있는 만큼 옛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그리고 지평선과 수평선을 어느 곳에서든 볼 수 있습니다. 눈앞에 풍경 중 하늘이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또한 안개도 많은 도시입니다. 특히 새벽 금강의 물안개가 절경인데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다가 가까이 다가갔을 때 드러내는 모습이 신비하게 느껴집니다.
06. 지역장인과의 협업을 고집한 데에는 이유가 있나요.
지역은 서울에 비해 변화가 빠르지 않은 편입니다. 그런 속도와 마찬가지로 변화와 새로운 일을 받아들임이 느리지만, 대신 더욱 좋은 고집은 간직하고 계십니다. 자신만의 노하우와 경험을 가진 분들이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습관처럼 바느질을 하십니다. 그런 고집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려고 고민하시는 부분입니다. 일회용, 한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 많은 지금 이 시대에 저희도 닮아가고 싶은 모습이었습니다. 디자인이 나오면 샘플이 나오는 동안 며칠을 함께 작업합니다. 샘플링을 하는 동안 저희의 가장 큰 역할은 말동무가 되어드리는 일입니다.
07. 마지막으로 저희가 항상 드리는 질문입니다.
아마도 부여와는 전연 다른 도시인 서울에 대한 생각 – 그리고 좋아하는 장소나 동네가 있다면요.
선진 – 아직 서울의 모든 지역을 가보지 못해 가장 좋아하는 동네가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서울의 강북지역을 선호합니다. 강남 지역에 비해 고전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어 매력적인 동네라고 생각합니다.
서윤 – 서울은 저에게 ‘낯섦’입니다. 서울에 더 오랜 시간을 살았지만 빠르게 바뀌는 가게나 골목의 모습들은 저를 매번 다른 공간에 와있다고 느끼게 합니다. 서울에서 좋아하는 동네는 서울 안 숲속 우이동입니다. 부여는 나지막한 평지가 대부분인데요. 북한산 산자락과 층층이 쌓인 집들의 모습이 정겨워 보입니다. 특히 북한산의 암벽은 계절마다 보아도 질리지 않는 듯합니다.
http://studiomoh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