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이 밀집되어 있는 서울 곳곳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서로 닮은 벽돌집들이 나란히 붙어있다.
2014년에 완공된 서울 남가좌동에 위치한 다세대주택 ‘토끼집’은 그런 벽돌 집들 사이에서 연한 미색을 띤다. 과거의 벽돌 주택들과는 대조되는 사선형의 볼륨은 새로운 주거 형식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겹겹이 쌓여 오랜시간 형성된 이 도시의 주거 풍경에도 부드럽게 스며든다.
토끼집은 1인 가구에 적합한 형식으로 설계되었다. 쉐어 하우스보다는 공간의 독립적인 성격은 유지하면서, 아파트보다는 개방적인 주거형식이다. 4층과 5층에 위치한 복층 형식의 주거는 나란히 빛을 받기 위한 사선을 그리는데 그 모습이 토끼를 형상화 한다. 토끼집은 거주 문화의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 가는 ‘새동네’ 프로젝트의 기획으로 지어졌다. 2010년 서울에서 설립된 젊은 건축가 사무소 SoA (Society of Architecture)는 도시 건축을 다양한 스케일로 접근한다.
“한국에서 아파트를 제외한 공동주택은 대개 단독주택이 다가구 혹은 다세대 주택으로 분화되는 주거문화의 사회사 위에 놓여있다. 외부에 계단을 두르고 다가구로 분화된 단독주택부터, 반지하에의 주거허용, 필로티를 통한 주차해결 등, 오래된 주거밀집지역에는 한국 다가구/다세대 주택의 변화 과정이 동네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단독 주택의 밀도로 계산 된 땅에 허락된 모여살기의 방식은 계속 덧대어진 정책에 의해서 꼴라쥬 같은 경관을 이룬다. 각 시대별 전형적인 공동주택이 모여있다는 점에서 시간의 적층도 느껴진다.”
Photographe Kyungsub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