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한 땀 한 땀이 그려내는 그녀의 옷은 섬세하면서도 과감하다. 다채로운 색과 함께 눈에 들어오는 건 긴 선을 그리다 동그랗게 코를 맺은 버선.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당당하게 상투를 쓴 영국 소녀 – 한국의 전통 소품들이 YEASHIN의 컬렉션에서 만큼은 과감하고 용감무쌍하게 변화한 모습이다.
2011 <Sea creatures>, 2012 <Garden of east>, 2013 <Woodland> 런던에서 활동하면서 매번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로 컬렉션을 발표하는 김예신 디자이너. 그녀의 의상을 보고 있으면 지루한 옷들 사이에서 참다 못해 직접 옷장을 열고 정원에서 모아온 꽃잎을 다는 소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Garden of Est, 2012
인터뷰
까이에 드 서울: YEASHIN의 작품 세계를 정의한다면요?
김예신: 브랜드 YEASHIN은 영국 60년대 의복스타일과 한국의 전통의상, 예술작품의 재해석과 조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다양한 재료들과 색상을 사용하여 디테일 위주의 위트있고 펑키한 스타일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의상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브랜드를 런칭하는데 영국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중학교 때 처음 안나수이 패션쇼를 보게되면서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예술중고등학교를 나왔는데 대학생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패션을 전공하게 됐죠. 영국 패션 스타일이 저한테 잘 맞고 문화도 마음에 들어서 이화여대를 자퇴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그 뒤로 학교를 졸업한 후에 자연스럽게 영국에서 계속 활동하고 있습니다.
YEASHIN을 디자인하면서 가장 기억해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2012년 때 꽃잎을 하나하나 만들어 옷에 달았던 일이 기억에 남아요. 디자인 할때는 몰랐는데 막상 디테일을 만들다 보니 생각보다 너무 시간이 오래걸렸거든요. 저를 도와주시는 분들도 저와 함께 완전히 고생한 경험이 있습니다. 게다가 꽃잎의 양이 많아 어머니께서도 도와주셨는데, 그 때 들었던 생각이 ‘이제 디테일은 많이 빼고 좀 쉽게 디자인해야지.’ 였어요. 그런데 결국은 지금까지도 손작업이 많이 가는 각종 디테일들이 들어간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에는 작품에 손이 많이 가고 정성이 들어가야 사람들에게 더 많은 느낌과 감동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힘들어도 제가 절대 포기못하는 부분이 바로 이 손작업이 많이 들어가는 디테일이에요.
2011년부터 컬렉션을 하신걸로 알고있어요. 매 컬렉션마다 주제는 어떻게 정해지게 되나요.
컬렉션마다 YEASHIN만의 색이 항상 기본 바탕이 됩니다. 그리고 매 시즌별로 새로운 주제를 정하는데 그건 그 때 그 때 제 마음에 강하게 끌리는 주제로 결정되죠. 컬렉션 주제에 대한 생각은 늘 하면서 따로 스케치북 작업도 항상 준비해놓기 때문에 평소에 정리해 두었던 소재 중에서 한가지로 정하게 됩니다.
YEASHIN을 보고 있으면 색감은 영국적인 느낌이 강한데 한국적인 색도 보여요.
평소에도 한국의 전통 예술품이나 의상 소품에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 소품을 그대로 쓰기보다는 제 스타일로 재해석하여 사용하는 편입니다. 주로 신발이나 모자를 좋아하는데 한국에서 직접 사서 수작업 후에 영국으로 보내는 식이죠. 주기적으로 한국에 들어갈때마다 여러가지 조사를 통해 마음에드는 물건이 있으면 샘플로 한 두개씩 사서 뒀다가 잘 어울리는 컨셉과 함께 쓰기도 합니다.
영향을 받은 디자이너나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요?
영향을 받은 디자이너는 ‘Walter van beirendonck’ 와 ‘Castel bajac’ 그리고 브랜드는 ‘miu miu’의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최근들어 좋아하게 된 아티스트 중에는 주로 자연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David hockney’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서울은 큰 도시라 그런지 다양한 특성들을 지닌 지역들이 공존해서 매우 재밌는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날 그 날 기분에 따라 가고 싶은 동네를 정해 친구들과 놀러나가는 일이 많은데 그 선택의 폭이 넓어서 좋습니다. 그리고 한 밤 중에 한강에서 바라본 서울의 모습이 굉장히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