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한국 전쟁이 끝났을 때 서울은 폐허에 가까웠다. 그리고 불과 몇 십 년 후 자본주의의 열매인 산업화와 함께 도시계획이라는 것을 토대로 서울의 도면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사회적 부를 상징했던 자가용은 서울 재건축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였고,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인 고가도로는 도시의 풍경을 바꾸어 놓는다.
서울역 기차 레일을 도로가 어떻게 가로지를 것인가는 당시 풀어내야 할 문제 중에 하나였고, 고가도로 건설은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 안에서 상징적인 장소들 간의 이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설계된다 : 동쪽에 위치한 남대문 시장, 도시 중앙에 위치한 서울역 그리고 성곽에 위치한 공원을 연결해주는 하나의 해결책이였다.
1970년에 준공된 서울역 고가도로는 안전상의 이유로 2006년 부터 대형차들의 주행이 금지되면서 철거와 재건축이 결정된다. 하지만 2015년 328억원 예산의 ‘도시 산책로’로 전환하는 계획안으로 대체되면서, 서울 고가도로를 한국의 근대화를 보여주는 유산이자 도시의 역사적인 상징물로 남기기로 결정한다. 첫 콩쿨은 시민들의 생각을 모으기 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개최되었고 박원순 시장의 뉴욕 하이라인 방문이 이루어 진다. 그리고 2015년 1월부터 5월까지 ‘Seoul Station 7017’이라는 이름으로 국제지명 현상설계 공모전이 개최된다.
현상설계 공모전 ‘SEOUL STATION 7017’에는 총 7명의 건축가가 지명된다. Mass Studies, CA landscape design Co.Ltd와 ‘조성룡 도시건축’ – 총 세 팀의 설계소가 국내에서 참가하였고 Topotek 1, MVRDV와 Estudio Herros – 세 팀의 유럽 설계소, 마지막으로 중국 건축사무소 Atelier FCJZ가 공모전에 참가한다. 심사위원으로는 건축가 승효상과 건축과 교수 조경진, 온영태, 송인호 그리고 외국 건축가로는 이미 서울에 건물을 지은 경험이 있는 비센테 과야르(Vicente Guallart)와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 – 총 6명이 초대된다.
‘흐르는 랜드마크: 통합된 하이퍼 콜라주 도시’ – Mass Studies, 조민석 – 3등작
공모전 삼등은 메스 스터디의 조민석 건축가에게 돌아간다. 메스 스터디는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건축 사무소로 2014년 베니스 비에날레에서 한국관을 맡은 바 있으며 부티크 모나코, 다음 스페이스 등 다수의 건물을 지었다. 그가 제안하는 ‘흐르는 랜드마크 : 통합된 하이퍼 콜라주 도시’는 기존에 존재하는 고가도로에 새로운 요소들을 더해 ‘다양성’이라는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각 지역의 고유한 요소를 고가도로에 연결시켜 심사위원들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변화를 줌으로써 ‘다리’라는 중요한 고가도로의 모습이 사라지기 때문에 역사적인 상징물로 남겨지길 원하는 심사위원들의 아쉬움을 샀다.
‘서울역 고가, 모두를 위한 길’ – 조성룡 도시건축 (2등작)
선유도 공원 설계로 잘 알려져 있는 조성룡 도시건축은 이 프로젝트에서 무엇보다 역사와 장소와의 관계에 중점을 둔다. 그가 제안하는 ‘서울역 고가, 모두를 위한 길’은 고가도로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고 최소한의 개입만이 이루어진다. 단지 일부 개축을 통해서 은유적인 방식으로 읽어버린 도시의 모습을 재생시키고자 한다. 그 예로 사라진 성곽의 문을 프로젝트의 일부에 상징적으로 표현해 우리에게 다시금 ‘기억’하게 만든다. 그리고 지역마다 작은 전시관이 있어 다양한 문화적 이벤트가 열릴 수 있는 장소로 그려진다. 하지만 고가도로 자체를 활용하는 부분에서는 다소 소극적이라는 평, 새로운 공공장소로써 독자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서울 수목원, LMRDV (당선작)
당선작은 네덜란드 건축사무소 MVRDV에게 돌아간다. MVRDV가 제안하는 ‘서울 수목원’ 프로젝트는 그 이름처럼 254 종류의 다양한 나무와 꽃으로 이루어진 식물원을 만들어 고가도로를 녹색지대로 바꾸자는 제안이다. 무엇보다 해당 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식물을 심어 지역 주민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지역과 연결고리도 만들자는 의견이다. 또 소규모 도서관을 설치해 다양한 식물에 관한 책들도 찾아 볼 수 있어 교육적인 의미도 있으며, 희귀 식물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을 심을 계획이다. 친환경적이고 교육적이며 생산적인 프로젝트라는 세가지 강점을 가졌다.
“지역 주민들은 그 지역마다 사랑받는 꽃을 구경하면서 꽃의 이름도 알게되고 그 앞에서 셀카도 찍을 수 있다.” (MVRDV의 프로젝트 소개글의 일부를 발췌) 그 외에도 카페와 꽃가게, 길거리 마켓, 도서관, 온실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안할 예정으로 2017년에 완공된다.
과거 철거가 결정되었던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바꾸자는 결정은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 건축물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태도 또한 바뀌었다는 의미를 시사해 준다. 반면 MVRDV의 ‘서울 수목원’ 프로젝트가 과감하고 재미있는 제안이기는 했지만, 공모전의 취지만큼 우리가 기억하고자 했던 고가도로의 모습이 얼마나 남아있을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2등작인 ‘조성룡 도시건축’의 제안이 고가도로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는 좀 더 성숙한 방식의 제안이 아니었을까.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중요한 프로젝트인만큼 2017년 완공될 ‘서울 수목원’의 모습과 도시속 시민 공원으로써의 역할에 기대를 해본다.
기사 작성 Alexis Léger